이상문학상 대상 '눈과 돌멩이'…"불안 견디는 힘을 품은 소설"

입력 2026-01-27 17:13
수정 2026-01-28 08:49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위수정의 단편소설 <눈과 돌멩이>가 선정됐다.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다산북스는 27일 서울 정동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상 수상작과 선정 배경을 발표했다.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다.

대상작 <눈과 돌멩이>는 20년 가까이 느슨하면서도 각별한 우정을 나눈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암 투병 중 스스로 생을 마감한 친구 ‘수진’이 남긴 유골을 들고, 남겨진 친구 ‘유미’와 ‘재한’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담았다. 죽은 이가 생전에 설계한 여행지를 산 자들이 따라가며 고인의 참모습과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내용이다. 설원이라는 배경 위에 켜켜이 쌓이는 침묵과 상실의 정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책임과 기억의 무게를 차분히 반추하게 만든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이 지닌 ‘모호함’의 미학에 주목했다.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설경 속 고도로 정교하게 감추어진 삶의 모호함이 백미”라며 “결코 인물과 줄거리로만 환원될 수 없는 훌륭한 단편”이라고 평했다. 김경욱 소설가 역시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하며, 불안 속에서 불안을 견디는 힘을 품은 소설”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요하게 내려앉는 ‘눈’과 모든 것을 부술 듯한 강한 성질의 ‘돌멩이’라는 이질적인 이미지를 대비시키면서도 겹쳐 놓는 방식이 인물들의 감정적 변곡점을 자연스럽게 끌어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위수정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 수상이 개인적으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그동안 독자에게 이해받는 것이 작가의 의무이자 예의라고 생각하며 글을 써왔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오롯이 나의 필요에 의해 썼다”며 “서사의 완결성이라는 소위 ‘웰메이드’ 방식에서 벗어나 인물의 서사가 흐려지고 사라지는 지점을 포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작가가 바라보는 실제 삶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위 작가는 “밝거나 선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인간에게는 그런 것들에 계속 끌리게 되는, 본능에 매혹되는 지점이 있다”며 “결코 나쁘거나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닌 인간성의 다양한 단면을 그릴 용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대상과 함께 발표된 올해의 우수상에는 김혜진 <관종들>, 성혜령 <대부호>, 이민진 <겨울의 윤리>, 정이현 <실패담 크루>, 함윤이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등 5편이 이름을 올렸다. 수상작을 묶은 ‘제4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이달 출간됐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