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해 '양식장'이라 주장한 구조물 퇴거 착수

입력 2026-01-27 17:22
수정 2026-01-27 17:29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설치한 해상 구조물을 철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석유 시추 플랜트를 개조해 만든 이 구조물은 헬기 착륙장을 갖춘 해상 플랫폼으로,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국 정부가 서해 구조물 일부를 철거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이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 설치한 구조물을 자율적으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 약속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잠정조치수역 내 일반적인 구조물 설치 반대하는 기조로 중국과 협의를 이어왔다”며 “이번 조치는 한중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변화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문제가 된 구조물(양식장 관리시설)을 잠정조치수역에서 퇴거해 중국 측 수역으로 옮길 예정이다. 중국 해사국은 전날 안전공지를 통해 이날 오후부터 31일까지 철수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인근에 설치한 부유식 양식 구조물 두 기에 대한 퇴거 여부도 향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잠정조치수역은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겹치는 수역으로, 양국이 어업협정에 따라 이를 공동 관리해왔다. 중국은 그러나 잠정조치수역 내에 2018년 연어 양식용 구조물(선란 1호)을 설치했다. 또 2022년에 양식장 관리를 위한 시설이라며 시추설비 형태의 대형 구조물을 세워 논란이 본격화했다. 중국 측은 양식장 관리시설이라고 주장했지만 인원이 상주하며 레이더나 소나(음파 탐지기) 등 각종 군사용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를 거점으로 서해에서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는 ‘내해화’ 전략을 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2024년에도 동일한 구조물(선란 2호)을 하나 더 설치했고, 지난해엔 한국 측 조사선이 접근하자 물리적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외교적 갈등 끝에 구조물 문제는 이달초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간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의제로 올랐다. 중국은 구조물에 대해 ‘순수 어업용 시설’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간담회에서 “(구조물을 중국이) 옮기게 될 것”이라며 “공동관리수역 중간에 선을 긋기로 했고 실무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일/배성수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