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생성형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앱) 글로벌 시장에서 구글 제미나이가 '1강'으로 꼽히는 오픈AI의 챗GPT를 매섭게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경닷컴이 시밀러웹에서 2025년 4분기(10~12월) 챗GPT와 제미나이의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신규 설치 건수(추정)를 확인한 결과 챗GPT는 2억2502만회, 제미나이는 4억5114만회로 집계됐다. 제미나이가 챗GPT보다 딱 2배 더 많이 설치된 셈이다.
월별로 보면 △10월 챗GPT 8183만회·제미나이 1억2624만회 △11월 챗GPT 7623만회·제미나이 1억2470만회 △12월 챗GPT 6696만회·제미나이 2억20만회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12월 격차가 컸다. 11월까지 4000만건대였던 차이는 12월 한 달 만에 1억3000만건 이상으로 확 벌어졌다. 이는 구글이 지난해 11월 새롭게 선보인 제미나이3 프로 모델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절대 강자'로 불리는 챗GPT의 1강 구도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래픽 점유율 역시 작년 1월 챗GPT 86.7%·제미나이 5.7%에서 같은 해 12월 챗GPT 64.5%·제미나이 21.5%로 좁혀졌다.
비슷한 기간 국내에서도 제미나이3를 앞세운 구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구글이 제미나이3를 출시한 지난해 11월17일을 기점으로 국내 AI 챗봇 시장에서 변곡점이 포착됐다. 제미나이의 주간 신규 설치 건수는 출시 첫 주(11월17~23일) 5만967건에서 다음 주 11만1115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주간 활성 이용자(WAU)도 첫 주 1만6196명에서 둘째 주 2만2928명으로 늘었다. 반면 챗GPT는 800만명대 WAU를 유지하면서도 신규 설치 부문에선 하락세를 보였다.
챗GPT만 사용하던 이들이 제미나이3 출시 이후 제미나이를 함께 사용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센서타워 오디언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제미나이3 출시 이전 챗GPT 사용자의 23.2%만 제미나이를 병행 사용했으나, 제미나이3 출시 이후 40.8%로 대폭 늘었다. 아울러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약 1년간 챗GPT와 제미나이 앱의 평균 일일 활성 사용자 수에서 7배에 달했던 격차는 제미나이3 출시 이후 4배로 좁혀지기도 했다.
제미나이의 약진에는 실사용자들 간의 '입소문'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제미나이3 출시 이후 자신의 엑스(X)에서 성능 개선이 '미친(insane) 정도'라며 매일 써오던 챗GPT를 쓰지 않고 제미나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받았었다. 그는 "3년 동안 챗GPT를 써왔는데 제미나이3에서 2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며 "마치 세상이 다시 바뀐 것 같다"고 적었다. 이 게시물은 35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후발주자 구글의 이같은 맹추격에 오픈AI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글은 지난해 말 할인율 약 60%에 달하는 AI 서비스 연간 구독권에 2TB(테라바이트) 용량에 달하는 자사 클라우드까지 묶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오픈AI는 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던 광고 비지니스 모델까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집어넣으며 맞불을 놨다.
진 먼스터 딥워터자산운용 이사는 "올해 말 '매그니피센트 7' 중 알파벳(구글)이 가장 선전할 것"이라며 "빅테크 AI 통합의 중심에 제미나이가 있으며 사용자도 챗GPT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