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코앞인데, 두쫀쿠 열풍때문에 주문이 들어와도 판매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두쫀쿠' 열풍으로 명절을 앞두고 화과자와 찹쌀떡 등 선물용 디저트를 만드는 소상공인들이 뜻밖의 '포장 대란'에 직면했다. 설 선물세트에 자주 쓰이는 화과자 케이스가 두쫀쿠 포장 용기로도 활용되면서 수요가 급증했고, 결국 품절과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판매처에서는 화과자 케이스가 '품절' 표시로 가득 찼고, 일부 제품은 알림을 걸어두지 않으면 구매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수급이 불안정해졌다. 구매가 가능하다는 상품들도 가격이 오르거나, 주문을 넣어도 수량 부족으로 취소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10년째 떡집을 운영 중인 이지연 씨(54)는 "원래는 필요할 때 그때그때 주문하면 됐는데, 지금은 알림이 뜨는 순간 바로 결제하지 않으면 품절된다"며 "장사 10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과자나 찹쌀떡 같은 전통 디저트는 설날이 1년 중 가장 큰 대목인데, 정작 포장할 수 있을지 여부부터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통 디저트 관련 자영업자 카페에는 최근 "케이스가 없어서 주문을 받기가 겁난다", "모양이 무너지지 않게 담아야 하는데 제품을 만들어도 담을 방법이 없다", "화과자 케이스를 구할 수가 없다", "혹시 여유 있는 분 몇 개만 팔아줄 수 있냐"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품귀가 곧 가격 급등…후기창도 ‘두쫀쿠’ 도배
27일 기준 온라인 판매처에서는 화과자 케이스 상품 사진에 두쫀쿠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아졌고, 사실상 '두쫀쿠 케이스'로 재편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카페나 제과점을 넘어 국밥·초밥집,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주요 편의점들까지 두쫀쿠 판매에 가세하면서 관련 포장재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SNS를 중심으로 직접 두쫀쿠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소비하는 경우까지 늘면서, 화과자·찹쌀떡용 케이스 수요가 단기간에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품귀 현상은 가격 급등으로 직결됐다. 구매자 리뷰의 대부분은 화과자 케이스에 두쫀쿠를 포장했다는 후기였고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액이 엄청 올랐다", "두쫀쿠 유행이 끝나면 가격이 내려가겠죠?" 같은 댓글이 쏟아졌다.
실제로 이날 기준 네이버쇼핑에서는 화과자 케이스 1600개 묶음 상품이 31만원에 판매되면서, 개당 가격이 140~240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용기는 통상 개당 100원 이하, 많게는 88~99원 선에서 거래되던 품목이다.
한 화과자 판매자는 "화과자를 주력으로 판매하는데 당장 설 선물세트에 사용할 케이스 여유분이 없어 불안하다"며 "1000개에 8만8000원으로 구매했던 제품이 지금 당장 배송 가능한 곳에서는 50개에 3만3000원까지 올라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5000개에 30만원 하던 제품도 물량은 4800개로 줄고 가격도 올랐다. 멍하니 있다가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품절도 문제지만, 구하려고 하면 가격이 너무 올랐다. 한 번 올라간 가격이 유행이 지나도 쉽게 내려오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주말에 주문한 제품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두쫀쿠 대열에 편승하지도 않았는데 필요한 품목을 사려니 케이스가 죄다 품절"이라는 하소연도 이어진다. 재료비 폭등과 수급 차질에 이어 포장재까지 막히면서 명절 대비가 막막하다는 것이다.
케이스 품귀는 이미 생활 유통망으로 번지고 있다. 다이소 등에서도 원형 유산지 컵, 투명 슬라이드 포장 케이스 등이 연일 품절 상태다. 방산시장 케이스 매장에서는 구매 수량 제한까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이소에 따르면 '투명 슬라이드 포장 케이스' 2종의 지난해 10~12월 매출은 7~9월 대비 약 200% 성장했다. 같은 기간 '원형 유산지 컵' 2종도 약 50%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쫀쿠 특수’에 포장재 업계도 비상…“판매량 200% 늘었다”
이에 포장재 업계도 이른바 '두쫀쿠 특수'로 정신없는 분위기다. 수요가 급증했지만 일일 생산량이 한정돼 있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화과자 케이스 판매상 A씨는 "지금 두쫀쿠 때문에 문의가 엄청 들어온다. 용기 판매량만 따져도 거의 200% 늘었다"며 "공장 하나에서 이것만 만들면 좋겠지만 다른 용기도 함께 생산해야 하다 보니 화과자 용기는 하루에 2만 개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없어서 못 쓰는 상황이라 직구를 하면서 결국 중국산을 받아 쓰는 경우도 생긴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런 용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는 10곳도 채 되지 않는다. 유행 하나로 수요가 폭발하면 공급망이 즉각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포장 케이스 도매업자 B씨도 "화과자 케이스와 곶감 케이스가 수급이 안 돼 밀리고 있다"며 "몇 달 전보다 매출이 몇백% 늘어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인당 600개까지 주문할 수 있는 상품이 있었는데, 며칠 전에 물량이 들어왔음에도 금방 품절됐다"고 말했다.
품귀가 길어지자 두쫀쿠 판매점들은 포장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유튜브에는 '두쫀쿠 비닐 포장 방법' 콘텐츠까지 등장했고, 검색창에는 관련 연관어가 뜰 정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리 동네 두쫀쿠 가게가 원래 케이스에 넣다가 비닐 포장으로 바꿨다. 케이스를 못 구한 것 같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상영 한국화과자협회 협회장은 "화과자를 전문으로 판매하시는 분들이 지금 가격이 올라 피해를 겪고 있다"며 "설 명절 전후로 물량이 집중되는데 업체들은 소량 판매보다 대량 구매 계약이 우선으로 잡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이 소량으로 구입하려 하면 두 배 이상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두쫀쿠 때문에 물량이 워낙 부족해 거의 모든 업체에서 품절이 뜨면 바로 다른 판매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작 업체들도 수급 안정까지 최소 6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본다고 한다. 업계 타격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