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골프선수 출신 방송인 박세리와 배우 김승수가 결혼을 발표했다는 영상이 빠르게 확산됐다.
27일 기준 관련 영상은 조회수 866만회를 넘어섰으며, 이와 유사한 내용의 다른 콘텐츠들도 수십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영상은 실제 인물의 이미지와 음성, 뉴스 형식을 결합해 제작된 허위 콘텐츠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영상에는 두 사람이 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SBS뉴스를 통해 결혼을 공식 발표한 뒤 1월 23일 서울 모처에서 가족과 지인만 초대한 비공개 결혼식을 올린다는 설정이 담겼다.
영상은 실제 방송 화면과 유사한 자막 구성과 익숙한 뉴스 멘트로 꾸며지며 사실처럼 소비됐다. 댓글창에는 "축하한다","잘 어울린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고, 해당 콘텐츠는 여러 플랫폼으로 복제·재유통되며 확산됐다.
이처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들어진 허위 영상과 콘텐츠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AI 슬롭(Slop)'이라 부른다. 슬롭은 원래 오물이나 음식물 찌꺼기를 뜻하는 단어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노리고 대량 생산되는 저품질 AI 생성 콘텐츠를 의미한다.
AI 슬롭은 기존 이미지·영상·기사 내용을 짜깁기해 맥락 있는 이야기로 포장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특히 유명인과 뉴스 형식을 결합할 경우 사실과 유사한 외형을 갖추게 되면서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는 고양이가 말하는 영상, 실제 뉴스처럼 보이는 가짜 콘텐츠, AI가 작성한 조잡한 책 등을 AI 슬롭 사례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영상 편집 플랫폼 카프윙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슬롭 유튜브 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630억회를 넘어섰다. 전 세계 상위 유튜브 채널 1만5000개 가운데 278개 채널이 AI로만 제작한 저품질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으며, 이들 채널의 연간 광고 수익은 약 16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한국은 AI 슬롭 콘텐츠의 최대 소비 국가로 지목됐다. 카프윙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반 AI 슬롭 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84억5000만회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유튜브도 AI 슬롭의 유해성을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7일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유튜브의 2026년 최우선 과제'를 공개하며 "유튜브는 문화의 핵심적인 중심지다. 2026년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창의성과 기술의 경계가 흐려지는 혁신의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변곡점에서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AI 슬롭과 관련해 "유튜브는 스팸과 클릭베이트에 대응해 온 기존의 검증된 시스템을 강화해 저품질·반복형 AI 콘텐츠의 확산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