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27일 11: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SK렌터카·롯데렌탈 기업결합을 금지하면서 사모펀드(PEF)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가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의 경우에도 통상 조건부 승인으로 조정돼 온 전례가 많았지만 PEF가 인수하는 기업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다르게 판단했다. PEF가 추진한 인수합병(M&A)에서 기업결합 금지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렌터카 시장 1·2위인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이 동일한 대주주 아래 놓일 경우,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과도하게 강화해 시장 경쟁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PEF가 대주주일 경우엔 문제가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렌터카 산업은 대량 구매와 차입 구조 특성상 외형이 커질수록 구매 단가와 금융 비용이 동시에 낮아지는데,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경쟁 상대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 내 다른 사업자 대부분이 영세한 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경쟁 압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소상공인들과 경쟁하는 대기업이라 , B2C 업종 특성상 독과점에 대한 체감도도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점들이 전면 금지 판단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공정위는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건부 승인을 통해 조정해 왔다. 배달의민족의 요기요 인수는 소상공인이 집약된 B2C 업종이자 동일 플랫폼 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컸지만,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한 승인이 이뤄졌다.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역시 일부 주요 노선을 매각하는 조건을 부과해 독점성을 낮췄다. 두 사례 모두 인수 효과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강도 높은 조치였지만, 결합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이런 선례를 감안하면 렌터카 결합 역시 경쟁 제한성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주에 있었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는 공정위가 조건을 붙이더라도 경쟁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로 꼽힌다. 어피니티가 추진하는 렌터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곧 ‘규모’에 있는 만큼,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등 시정조치를 부과하더라도 1·2위 사업자를 동일한 대주주 아래 두는 구조 자체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심사 범위와 강도를 어피니티·롯데그룹이 다소 낙관적으로 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어피니티는 차량 등록 대수 기준 합산 점유율이 30%대에 그쳐 전형적인 과점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공정위는 전국 단위 점유율뿐 아니라 제주 등 지역별 점유율, 나아가 일반 렌터카·장기렌터카·리스 등 세부 사업 영역별로 시장을 구분해 경쟁 제한성을 판단했다.
특히 이번 거래는 그간 PEF들이 활용해 온 볼트온(동종기업 인수) 전략과도 결이 달랐다는 평가다. 기존 PEF 볼트온 사례들은 중소형 기업 위주이거나 기업간거래(B2B) 산업이 많아, 독과점 우려가 있더라도 체감 효과가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VIG파트너스는 과거 프리드라이프를 중심으로 복수의 상조회사를 인수해 외형을 키웠지만 보람상조 등 유사한 규모의 경쟁사가 있었다. 어펄마캐피탈이 EMC를 비롯해 폐기물 업체 여러 곳을 인수한 사례도 지역·공정별로 시장이 분산된 B2B 산업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달랐다.
반면 SK렌터카·롯데렌탈은 B2C 업종인데다 경쟁 상대가 영세한 소상공인 위주인 시장으로, 결합 효과가 가격과 시장 질서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컸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구조적 특성을 감안하면 어피니티가 인수 단계에서 보다 정교한 경쟁 제한성 검토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이번 판단을 계기로 PEF 업계 전반에서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기업결합 심사를 더 이상 ‘통과 절차’로만 보기 어렵게 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볼트온 인수를 추진할 경우 투자 검토 단계부터 산업 구조와 경쟁 환경, 규제 리스크를 한층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대형 PEF 운용사 관계자는 “특히 독과점 우려가 치명적인 B2C나 경쟁 상대가 소상공인 위주인 업종은, 투자 대상에서 한층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어피니티와 롯데그룹이 공정위가 지적한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구조로 거래를 전면 재조정한 뒤, 다시 기업결합 심사를 받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 경우 기존 거래를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할 가능성이 크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