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쇼크에 빛 바랜 명문대 졸업장…美, 대졸 신입 줄어든다

입력 2026-01-26 17:25
수정 2026-01-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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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제 사정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줄이는 가운데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신입사원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취업 공백기를 줄이고 전문성을 쌓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택했지만, 고소득 직장으로 가는 ‘보증수표’로 여겨지던 미국 경영대학원(MBA) 졸업장마저 그 위력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AI 발전과 함께 채용 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채용 줄이는 美 기업미국 뉴욕연방은행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실업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만 22~27세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 실업률은 5.8%로 전체 경제활동인구 실업률(4.1%)보다 높았다. 이미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근로자들이 포함된 22~65세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 실업률(2.9%)과 격차가 더 컸다.

보통 졸업 시즌이 포함된 여름철에는 실업률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2023년 초와 비교하면 이제 막 사회로 나오려는 학생들의 구직난이 2년 새 더 심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2023년 1월 신규 대졸자 실업률과 전체 실업률 간 격차는 0.6%포인트였지만 지난해 8월에는 격차가 1.7%포인트로 확대됐다.

2022년 말 미국에 생성형 AI인 챗GPT가 등장하면서 신입사원의 입지가 줄어든 것이 대졸자 취업난으로 이어졌다. 신입사원이 처리하는 업무 수준은 대부분 생성형 AI로 해결할 수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3~2025년 미국 대기업 중 법률, 부동산, 회계, 컨설팅 등의 분야에서 신입사원 비중이 정체되거나 줄어들었다.

중소기업은 신규 채용에 더욱 소극적이다. 지난 14일 드렉설대 르보경영대학이 발표한 2026 대졸 채용 전망에 따르면 대졸자를 고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근로자 500명 미만)에서 30% 더 높았다. 이 보고서는 “대기업은 신입 채용 이후 체계적으로 교육할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며 “중소기업 고용주들은 인턴 등을 통해 이미 해당 분야 경험이 있는 학생을 채용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 “MBA 졸업자도 구직 중”MBA 취업시장도 얼어붙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듀크대 푸쿠아 MBA를 지난해 여름 졸업한 구직자 가운데 21%가 졸업 3개월이 지나도록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미시간대 로스 MBA에서도 약 15%가 구직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엔 듀크대 MBA 졸업생 가운데 졸업 3개월 내 취업하지 못한 비율이 5%에 불과했고, 미시간대는 4% 수준이었다.

취업난 배경으로 여러 요인이 지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비자 제한으로 유학생들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기업 인력 감축으로 수십만 명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노동 공급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또한 글로벌 무역전쟁과 AI 활용으로 기업들이 중·장기 채용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 대학 진학 무용론도이런 흐름은 대학의 가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무리하게 학자금 대출을 받아 졸업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확대됐다. 하버드대 재학생의 60%가 학점 A를 받는 등 학점 인플레이션이 아이비리그 전반에 확산하면서 기업들은 학위나 학점 진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학위보다 기술을 요구하기 시작한 만큼 현장 경험의 가치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여름 고졸 인재 채용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한 팰런티어의 앨릭스 카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AI가 인문학 관련 일자리를 대거 대체할 것”이라며 전통적인 대학 교육보다 직업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취업하지 못한 대졸자 사이에선 대학원에서 AI 관련 전문 지식을 쌓거나 MBA·로스쿨 진학을 고려하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위원회(GMAC)에 따르면 MBA 과정 지원자는 2022~2023년 전년 대비 감소했다가 2024~2025년 다시 증가했다. 올해 로스쿨 지원자 역시 지난해보다 33% 증가했다고 미국 로스쿨 입학위원회(LSAC)는 집계했다.

한경제/임다연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