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았지만 행복했다"…타구 사고, 가끔은 행운 불러와 [강혜원의 골프플래닛]

입력 2026-01-26 17:24
수정 2026-01-27 00:11

원숭이도 간혹 나무에서 떨어지듯, 프로 골프선수도 가끔 대회 중 갤러리를 맞힌다. 프로들의 공은 워낙 스피드가 높아 큰 부상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경기를 관람하러 온 팬에게 좋은 추억이 되기도 한다.

작년 5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3라운드, 11번홀에서 욘 람(스페인)이 친 두번째 샷이 그린 주번 언덕에 앉아있던 갤러리의 머리를 맞고 그린을 조금 넘어가 멈췄다. 워낙 힘이 넘치는 선수로 정평이 나있기에 대회 중계를 하는 해설자도 갤러리의 안위를 걱정했다. 다행히 그 갤러리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고, 람이 사인 장갑을 건네며 포옹하자 환하게 웃었다. 경기 뒤 람은 “‘만일 당신이 유럽인이고 축구를 했더라면 공이 조금 더 핀에 가깝게 멈췄을 것’이라고 농담했다”며 “그 분이 사고를 잘 받아들여줘서 고마웠다. 이따금 이런 일이 있는데 팬들은 저와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아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잰더 쇼플리(미국)는 자신의 공을 맞은 갤러리에게 최고의 선물을 한 선수로 꼽힌다. 세계랭킹 6위인 쇼플리는 지난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셋째날 티샷으로 한 여성을 맞췄다. 쇼플리는 그녀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며 사인 장갑과 함께 100달러 짜리 지폐를 건넸다. “저녁은 제가 살게요”라는 말에 공을 맞은 갤러리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골프 역사상 여섯번째 그랜드슬래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심지어 아버지를 맞췄다. 2021년 4월,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 7번홀에서 두번째 샷으로 로프 밖에 있던 아버지 제리의 다리를 맞혔다. 당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게 자극받아 비거리에 집착하며 스윙이 틀어진 결과였다. 다행히 매킬로이의 아버지는 큰 부상 없이 “아들에게 사인 장갑을 받겠다”며 농담했고 매킬로이 역시 “얼음찜질용 냉동 완두콩 봉지에 사인을 해서 드려야겠다”고 받아쳤다. 매킬로이는 몇달 뒤 비거리 욕심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때의 타구사고가 매킬로이에게 적잖은 교훈을 남긴 셈이다.

강혜원 KLPGA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