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실내악의 ‘퍼스트 무버’로 통하는 아벨 콰르텟. 창단 14년 차를 맞은 이들이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베토벤이 고립과 침묵 속에서 써 내려간 최후의 언어들, 그 세계를 탐구한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전곡 완주라는 치열한 여정 끝에 아벨 콰르텟이 발견한 ‘진짜 베토벤’은 무엇일까.
아벨 콰르텟은 2013년 독일 유학 중이던 한국인이 만든 실내악단이다. 아우구스트 에버딩 국제 실내악 콩쿠르 2위(2014년), 요제프 하이든 콩쿠르 1위(2015년), 제네바 콩쿠르 3위(2017년) 등에 오르며 유럽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팀원이 몇 번 바뀌었지만,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윤은솔과 첼리스트 조형준은 창단 멤버다. 이어 조형준의 부인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수현, 비올리스트 박하문이 합류했다. 제1 바이올린은 따로 정해두지 않고 곡에 따라 유연하게 바꾼다.
아벨 콰르텟은 지난해 7월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시작으로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1월 공연에 이어 올 2월 5·7일 마지막 공연을 치른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작품은 대푸가를 따로 더해 총 17곡. 12~16번과 ‘대푸가’를 포함한 후기 6개 작품은 그가 교향곡 ‘합창’을 선보인 이후 나왔다. 청력을 완전히 잃고 쓴 곡이란 얘기다.
베토벤 후기 작품은 분량도 만만치 않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이 컸던 베토벤의 초기 현악사중주는 작품별 길이가 25분 남짓이다. 조그마한 살롱에서 연주하는 데 초점을 둔 인상이 강하다. 중기 작품은 35분가량, 후기 작품은 40분을 넘긴다. 아벨 콰르텟 멤버들도 지난 11월 공연에서 연주한 첫 현악사중주 후기 작품인 12번을 지금까지의 연주곡 중 최대 난곡으로 꼽았다.
아벨 콰르텟은 2월 공연에서 나머지 후기 작품 전부를 연주한다. 후기의 베토벤은 누가 뭐래도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갔던 집념의 결과들이다. “청력 상실로 세상의 소리가 차단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성찰했을 겁니다. 당대 음악가들이 현악사중주 연주를 어려워하면 베토벤은 ‘너희가 연주하지 않아도 후대가 알아봐 줄 거다’며 밀어붙였다고 해요.”(조형준)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 중엔 ‘대푸가’도 있다. 본래 13번의 마지막 악장으로 쓰였다가 별도로 출판한 곡으로, 음악사에서 손꼽히는 위대한 작품이다. 아벨 콰르텟은 13번을 마치고 곧바로 ‘대푸가’를 연주하기로 했다. 베토벤이 ‘병이 나은 자가 신에게 바치는 성스러운 감사의 노래’라 이름 붙인 15번 3악장은 거룩하다. 같은 작품의 5악장은 교향곡 ‘합창’의 마지막 악장으로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토벤 인생의 마지막 작품인 현악사중주 16번은 분량이 27분에 불과하다. 다른 후기 작품의 묵직함과 달리 천진난만함마저 느껴진다. “마지막에 베토벤은 심오하게만 생각한 게 아니라 ‘유머’의 필요성을 느낀 것 같아요.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연습량으론 세계 최고일 텐데, 이런 유머 감각도 겸비했으면 합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