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맥도날드 직원을 비웃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곳에 취직하는 것조차 기적입니다."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입사가 고시만큼 어렵다는 의미의 '맥날고시'.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이 단어가 최근 미국 고용 시장의 새로운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고용 한파'가 미국을 넘어, 한국 시장에서도 판박이처럼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 매체 벤징가(Benzinga)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레딧(Reddit) 내 게시글을 인용해, 수년간의 경력과 학위를 갖춘 고스펙 구직자들이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조차 거절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도했다.
매체에서 밝힌 미국 고용시장의 단면은 암울하다. 레딧 게시글을 작성한 구직자는 식료품점, 월마트, 맥도날드 등에서조차 '거절 통보'를 받은 경험을 털어놓으며 "초급 일자리는 더 이상 초급 일자리가 아니다"라고 한탄했다. 게시글에 댓글을 단 또 다른 구직자는 "석사 학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600개 이상의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4개의 응답만 받았다"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학력자들이 생계를 위해 저임금 일자리로 몰리는 병목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급기야 미국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채용 시스템이 자신을 '고스펙'으로 분류해 탈락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스펙 세탁'을 하고 있다. 이력서에서 학위를 고의로 삭제하거나 관리직 경력을 단순 서비스직으로 위장하는 등, 취업을 위해 오히려 자신의 성취를 감춰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던 구조적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월 보도에서 기업 대상 조사와 가구 대상 조사 간 일자리 집계 괴리를 지적하며, 실제 고용시장은 정부 발표보다 훨씬 위축돼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러한 통계의 착시에 대한 우려는 해를 넘겨 미국에서 '맥날고시'라는 현실로 증명되고 있다.
이러한 '고용 한파'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고용동향'에 따르면 국내 고용 시장은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속은 곪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전반적인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20대와 60대의 '고용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가 전년 대비 34만5000명 증가하며 고용 시장을 견인한 반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7만8000명이나 감소하며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20대(20~29세)의 노동 시장 이탈 가속화가 두드러진다.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구직을 포기한 20대 '쉬었음' 인구는 매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37만1000명이던 20대 쉬었음 인구는 2024년 38만9000명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전년 대비 4.9% 증가한 40만8000명을 기록했다. 20대 청년 40만명이 노동 의욕을 잃고 시장 밖으로 밀려난 셈이다.
이처럼 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하고 '쉬었음'으로 돌아서는 배경에는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절망적인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단기 일자리 시장의 경쟁 심화는 이미 지난해 지표에서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취업플랫폼 '알바천국'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구인구직 동향 데이터상 알바 공고당 평균 지원자는 4.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를 놓고 최소 4명이 경쟁해야 한다는 뜻으로, 2019년 집계 시작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결국 한국의 청년들 역시 미국처럼 단기 일자리 하나를 얻기 위해서도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맥날고시'의 현실에 내몰린 것이다.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미국 상황이) 한국이랑 비슷하다", "기술 발전으로 점점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오는 것 같아 두렵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미 양국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맥날고시' 현상은 양질의 일자리가 증발하고 있는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