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서울 강남·경기 판교 인근 사업장 30여 곳의 단체급식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이들 사업장 건물에 들어선 조리시설은 ‘0개’다. 기존 현장 조리 방식이 아니라 경기 판교에 있는 거점 주방에서 음식을 만든 뒤 각 사업장으로 배달하는 이동식 급식이다.
현장에 주방을 두지 않는 ‘키친리스’ 시스템이 단체급식 시장의 새로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 등 인력 부족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자 해외에서도 키친리스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단체급식 수주전에서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고령화에 열린 신시장 ‘키친리스’26일 CJ프레시웨이에 따르면 키친리스 부문 매출은 2023년 673억원에서 지난해 1046억원으로 2년 새 55.4% 급증했다. 키친리스는 대규모 거점 주방(센트럴 키친)에서 음식을 조리한 뒤 개별 사업장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주방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 어려운 소형 사무실, 아파트, 병원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음식 배달과 수거, 세척 등 전 과정을 CJ프레시웨이가 맡기 때문에 편의성도 높다.
CJ프레시웨이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21년 샌드위치, 샐러드, 베이커리 등 간단한 식사류를 배달해주는 서비스 ‘스낵픽’을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이를 일반 식사류로 확대한 ‘프레시밀온’을 선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프레시밀온과 스낵픽을 포함한 CJ프레시웨이의 키친리스 사업장은 총 130여 곳에 달한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별도 조리시설과 상주 인력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 공간 제약 등으로 구내식당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던 소형 오피스의 이용률이 늘고 있다”며 “거점 주방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생산 원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 효과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는 키친리스 사업이 중장기적인 ‘성장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틈새시장이지만, 조리 인력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이 주류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VMR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푸드 서비스 시장에서 중앙조리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로, 전통 현장조리(40%)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인텔로도 글로벌 중앙조리 장비산업이 지난해 20조원에서 2033년 37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등도 같은 이유로 모듈형 주방 등 ‘주방 간소화’에 나섰다.◇‘성장 한계’ 다다른 단체급식이들 업체가 키친리스 사업에 힘을 주는 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단체급식 시장 상황과 맞닿아 있다. 현재 식자재 유통을 제외한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한화(아워홈)·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 ‘4강 체제’다. 지난해 한화그룹이 1조원을 들여 범LG 계열사인 아워홈과 신세계푸드 단체급식 부문을 잇달아 인수해 새로운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LG·신세계 계열사들의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 거래) 물량이 점차 풀리고 있다. 기존에 아워홈이 운영하던 LS전선의 구미·인동공장과 구미기숙사 구내식당 운영권은 LIG홈앤밀로 넘어갔다.
이런 시장 움직임의 이면엔 성장 한계에 부딪힌 단체급식 시장 내 ‘뺏고 뺏기기’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인구 감소, 재택근무 일상화 등으로 수년째 5조~6조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수요를 선점하면서도 비용은 줄이는 키친리스와 같은 방식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단체급식업체는 비슷한 이유로 해외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중국, 베트남에 이어 최근 유럽 단체급식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1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33년 3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다. 현대그린푸드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손잡고 국산 농수산물을 활용한 해외 단체급식 확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선아/이소이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