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KBS 본부(KBS 노조)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계엄을 선포하기 전 박장범 KBS 사장이 당시 최재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 선포 담화를 미리 알려줘 특보 준비를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사장이 당시 최 국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했다"며 "박 사장이 대통령실 누군가로부터 연락받아 계엄방송을 준비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KBS는 KBS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KBS는 허위 사실이나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향후 법적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KBS 노조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노조 사무실에서 'KBS 사장 12·3 내란방송 개입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KBS 노조는 박 사장이 대통령실과 KBS의 계엄방송 연결고리였다고 전하면서 믿을 만한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024년 12월 3일 KBS는 지상파 중 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담화를 적시에 방송한 바 있다. KBS 노조는 최 국장의 지시로 계엄선포 담화 방송이 제때 나갈 수 있었고, 최 국장은 당시 박 내정자의 지시로 회사에 돌아와 방송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KBS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2월3일 오후 6시경 퇴근했던 최 국장은 오후 7시30분에서 8시 사이 회사로 복귀했다. 퇴근 후 박 사장에게 계엄방송 관련 전화를 받아 회사로 복귀했다는 게 KBS 노조의 의견이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최 국장은 회사로 돌아와 대통령실 출입기자를 통해 대통령실 동향 확인을 하라고 지시하고 생전 들어가지 않았던 뉴스 부조정실에 들어가서 중계신호 수신 여부를 체크했다"며 "평소와 다른 최 국장의 행동에 뉴스 부조 기술 직원이 '왜 그러느냐'고 묻자 최 국장은 '안보관련'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KBS 노조는 코리아풀에서 대통령 담화를 정식으로 공지된 시각보다 윤 전 대통령 측근들이 이르게 '오후 10시 KBS 생방송' 여부를 알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당시 코라이풀의 대통령 담화 공식 공지는 오후 9시 18분에 이뤄졌으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모두 그 이전에 오후 10시 KBS 생방송 여부를 알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24년 12월 3일 오후 8시 40분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오후 10시에 KBS에서 생방송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한 전 국무총리의 1심 판결문에도 오후 8시 56분쯤 "오후 10시에 비상계엄을 선포해야겠다", "생방송이 준비돼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박 본부장은 "KBS 누군가가 계엄 발표와 관련해서 대통령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었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명확하다"며 "그 역할을 당시 최재현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한 박 사장이 하지 않았냐는 의혹을 제기한다"고 했다.
이어 박 본부장은 "권력이 친위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해 공영방송을 도구로 활용한 걸로 본다. 이런 내용들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날 KBS 노조는 '신뢰할 수 있는 제보자'와 '구체적인 증거'는 밝히지 않았다. 박 본부장은 "취재원 보호 때문에 그 근거를 밝힐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양해 부탁드린다"며 "기자회견을 연 것은 확실한 근거가 있고, 취재원은 믿을 만한 수준을 넘어서 믿을 수밖에 없는 인물라고 확인했기에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이 최 국장에게 전화를 건 시점도 특정되지 않았다. 박 본부장은 "전화 시간은 확인 안 되지만 계엄 선포 전 전화를 건 것은 확인했다. 6시30분에서 7시 사이에 두 사람이 전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KBS 노조는 이날 경찰에 신속한 수사도 촉구했다. KBS 노조는 "이미 고발한 지 1년여가 지난 사건"이라며 "지금이라도 신속히 수사하고 결과를 밝혀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박 사장은 국회 질의에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며 유체이탈 화법으로 대응했다. 박 사장은 그동안 이 사실을 왜 숨겼나. 용산으로부터 무슨 지시를 받았는지, 최 국장에게 무엇을 전달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짚었다.
또 박 사장을 향해 "내란청산에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 사장이 내란 공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즉시 사장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말했다.
KBS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방송법 제4조 2항,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내란 선전 선동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단도 나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재성 변호사는 "부당한 편성 수정을 진행했다면 방송편성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송법 4조 2항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직권이 있는 행위를 남용해 타인의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도 성립한다. 대통령실이 방송국에 22시 생방송을 잡아놓으라고 얘기했다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계엄 방송을 위한다는 구체적인 언급이 있었다면 내란 선전 선동 혐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KBS 노조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이날 "내란 특검과 경찰에서 이미 해당 의혹에 대해 조사했지만, 사실로 밝혀진 바는 전혀 없다"며 "KBS는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의 오늘 기자회견 내용 가운데 허위 사실이나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향후 법적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