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으로 간편하고 정확하게 암을 정밀진단할 수 있는 글로벌 원천기술을 토대로 액체생검 시대를 선도해가겠습니다."
김민석 씨티셀즈 대표는 최근 서울 개포동에 있는 본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올해로 설립 8년차인 씨티셀즈는 순환종양세포(CTC) 기반 차세대 액체생검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인 김 대표가 2018년 교원창업했다. 기존 CTC 기반 암진단 기술은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해준 ctDNA 기반의 암진단보다 정확도가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미국 영국 등의 바이오기업이 보유한 CTC 기술과는 차별화되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며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액체생검의 정확도를 끌어올려 암 진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겠다"고 했다.
8년의 CTC 연구 끝에 창업김 대표는 연세대 의공학부를 나와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가노이드 , 암정밀진단이 주요 연구 분야였다. 삼성그룹이 전세계 이공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휴먼테크논문대상에서 금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연구 성과를 냈다. 조직 슬라이드 한 개로 조직을 정밀분석한 연구가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인연으로 김 대표는 2010년 삼성종합기술원에 입사했고 CTC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2016년 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에도 CTC 연구를 계속했다. 기존 CTC 기반 진단기술이 갖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으면 액체생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였다.
CTC는 혈액 속에 떠돌아다니는 암세포다. CTC를 분리한 뒤 DNA 분석, DNA 메틸화 패턴, RNA 분석 등을 통해 어떤 장기에서 시작된 암인지를 찾아낼 수 있다. 조직검사 없이도 혈액 검사만으로 암을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CTC 방식이 액체생검 암 진단의 주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암 진단에 활용되는 액체생검 방식인 ctDNA 분석법보다 뛰어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가던트, 그레일 등이 FDA 허가를 받은 액체생검 제품은 ctDNA 기반이다.
ctDNA는 돌연변이 등의 정보를 담고 있는 DNA 조각이다. 이 때문에 종양의 유전정보를 일부만 갖고 있다. ctDNA 분석만으로는 암세포의 RNA 정보를 얻기 어렵다.
김 대표는 "암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약물 내성, 암 특성 변화 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게 중요하다"며 "종양세포는 물론 종양미세환경에 대한 유전 정보, 단백질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CTC 기반 분석법이 ctDNA 분석법 보다 이론적으로 더 정확한 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가 창업 전선에 뛰어든 것은 2017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35억원 규모의 국가연구과제를 따내면서다. 과제 선정 조건이 창업이었다. 단순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선도 의료기기를 상업화하는 연구과제였다. 김 대표는 DGIST에서 CTC 분리 기술을 이전받아 씨티셀즈를 세웠다. 그는 "8년 가까이 축적해온 CTC 연구 결과물이 글로벌 액체생검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창업에 나섰다"고 했다.
“모든 CTC 포획하는 세계 유일 기술…역발상으로 한계 넘었다"CTC 분석법이 상용화된 건 2004년이다. 미국 셀서치가 FDA 허가를 받고 CTC 분리 장치인 셀서치를 선보였다. 하지만 CTC 분석법은 아직 암 진단 액체생검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CTC 분리 기술의 한계 때문이다. 약 10억개의 혈구세포가 들어있는 1mL의 혈액 속에 CTC는 불과 1~10개 밖에 없어 분리 자체가 쉽지 않아서다.
기존 CTC 분리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암에 특이적인 바이오마커인 EpCAM+를 발현하는 CTC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EpCAM+는 폐암 유방암 등 상피성 암에서 고발현되는 단백질이다. 정상세포에는 거의 발현되지 않는다. 항체를 통해 EpCAM+ 발현 세포를 분리한다. 셀서치를 비롯해 하버드대, 존슨앤드존슨, 스탠포드대 등이 CTC 분리에 이 방식을 쓰고 있다.
둘째는 적혈구 백혈구 같은 혈구세포보다 크기가 큰 CTC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CTC가 혈구세포보다 크기가 크다는 점에 착안한 접근법이다. 2022년 FDA 허가를 받은 영국 앵글의 파르소르틱스가 이 방식을 적용한 CTC 분리 장치다.
문제는 이 두 방식 모두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EpCAM+를 바이오마커로 쓰는 방식은 다른 바이오마커를 발현하는 CTC는 걸러내지 못한다. 김 대표는 "EpCAM+를 발현하지 않거나 다른 바이오마커를 발현하는 CTC가 더 많다"고 했다.
혈구세포보다 크기가 큰 CTC만을 가려내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혈구세포와 크기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작은 CTC가 암 전이를 잘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이 방식의 한계도 분명해졌다. 김 대표는 "30여년간 연구되어온 CTC 관련 수많은 기술들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CTC의 종류와 특징이 다양하다는 게 결정적인 걸림돌이 됐다"고 했다.
김 대표의 CTC 연구는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역발상으로 대안을 찾았다. 그는 "다양한 특성과 무관하게 모든 CTC를 잡고 싶었다"며 "이런 묘책을 찾지 못하면 논문을 쓰지 않겠다고 각오했는데 자칫 교수직까지 놓칠뻔했다"고 했다.
김 대표가 찾아낸 방법은 혈액에서 CTC를 골라내는 기존 접근법과는 반대로 혈장과 혈구세포를 분리해내는 것이다. 밀도 차이에 착안했다. 적혈구는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다른 세포보다 무겁기 때문이다. 백혈구 분리는 바이오마커를 이용했다. 김 대표는 "1시간30분 정도 원심분리해서 혈액에서 혈장, 적혈구, 백혈구를 분리해내면 특성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혈액 속에 있는 모든 CTC가 남게 된다"며 "모든 CTC를 자동화로 분리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원천기술"이라고 했다.
“세계적 대가들과 공동 연구…美 MD앤더슨 등에서 러브콜"씨티셀즈는 2024년 FDA로부터 CTC 분리 장치인 '씨티셉터(CTCeptor)'의 인허가를 획득했다. 개발 2년만에 거둔 성과다. 김 대표는 창업 전인 2015년부터 씨티셉터 개발을 시작해서 8년만인 2022년에 개발을 마쳤다. 그해 국제학술지 <테라노틱스>에 바이오마커 또는 크기에 상관없이 CTC를 분리해내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에서도 씨티셉터의 허가를 받았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씨티셉터는 세계 최고 암 진료기관인 미국 MD앤더슨, 휴스턴대, 일본 국립암센터 등에 판매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MD앤더슨에서는 유방암 전문의인 앤서니 루치 박사가 씨티셉터를 도입했다. 김 대표는 "액체생검을 통해 암 감지 및 재발 예측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루치 박사가 씨티셉터를 선택했다는 건 의미가 적지 않다"고 했다.
해외 유명 기관과 대학 등에서 씨티셉터를 발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건 씨티셀즈의 독특한 전략이 한몫하고 있다. 씨티셀즈는 액체생검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독일 함부르크 UKE의 클라우스 판텔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씨티셉터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판텔 교수는 지난해 저명 국제학술지인 <어낼리티컬 케미스트리>에 씨티셉터와 셀서치, 파르소르틱스를 비교한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판텔 교수는 액체생검으로 진단이 어려운 암종으로 알려진 초기 유방암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CTC 기반 진단을 비교했다. 미국 셀서치의 셀서치는 유방암 환자로 한 명도 진단하지 못했고, 영국 앵글의 파르소르틱스는 1명을 잡아내는 데 그쳤다. 반면 씨티셉터는 17명을 찾아냈다. 김 대표는 "CTC 검출률에서 씨티셉터가 FDA 인허가를 받은 기존 제품을 압도했다"며 "씨티셉터가 암 조기진단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씨티셀즈는 판텔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암연관 섬유아세포인 CAF 분리에도 성공했다. 세계 최초 성과다. CAF는 암 조직 주변에 존재하면서 암의 성장과 진행을 적극적으로 돕는 섬유아세포다. TGF-β 등의 성장인자를 분비해서 암 성장을 촉진하고 세포외기질(ECM)을 재구성해서 암 전이와 침윤을 돕는다. 종양미세환경의 핵심 구성 요소로 꼽힌다. 김 대표는 "혈액 검사만으로 암은 물론 종양미세환경 정보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씨티셀즈는 CTC 분리 후 염색 과정에서 생기는 세포 손실을 최소화한 형광염색 기술도 확보했다. CTC를 분리한 뒤 CTC를 분석하기 위해서 형광염색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CTC의 30~40%가 소실된다. 반면 씨티셀즈가 개발한 염색장비인 '하이픽(HypICC)'의 세포 손실율은 10% 미만이다.
씨티셀즈는 인공지능(AI) 기반으로 CTC 이미지를 자동 분석해주는 기술도 확보했다. 3년 전 12억원 규모의 스케일업 팁스 과제로 선정돼 개발한 기술이다. 김 대표는 "CTC 분리부터 형광염색, AI 분석에 이르기까지 CTC 기반 암진단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암 진단뿐 아니라 항암제를 사용한 뒤 암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첨단 기술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빅파마 임상서비스 요청 봇물"씨티셀즈는 올해부터 임상분석 서비스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씨티셉터 단순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CTC 기반의 임상 분석 서비스를 전세계 대학, 병원, 연구소, 제약·바이오 기업 등에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벌써부터 국내외 제약사들의 협업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의 세계적 선두주자인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임상진단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노바티스, 암젠 등과도 논의를 시작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과도 논의 중이다. 화순전남대, 부산대, 국립암센터, 서울아산병원 등도 고객으로 확보했다.
김 대표는 "판텔 교수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국내외 제약사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임상진단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했다.
씨티셀즈는 씨티셉터로 태아세포를 분리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임신부의 혈액에서 태아세포를 분리해 산전진단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재 마크로젠과 손잡고 산업통상부 국책과제로 선정돼 산전진단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씨티셀즈는 2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일루미나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산전진단 시장을 뒤집어놓겠다는 각오다. 일루미나 기술은 DNA 조각으로 태아세포를 분석하는 방식이어서 태아세포 정보를 파악하는데 제한적인 기술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씨티셀즈는 태아세포의 모든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산전진단 분야에서 한국이 글로벌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내년 흑자 전환…IPO도 추진"씨티셀즈는 신약 개발 플랫폼도 확보했다. 이중항체 신약 플랫폼인 RACE가 그것이다.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암세포를 타깃하는 이중항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플랫폼 자체가 노블한데다 타깃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이중항체 핵심 기술"이라며 "CTC 사업을 주력으로 해서 재무적 안정이 이뤄지면 미래먹거리로 신약 개발 사업도 추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씨티셀즈는 올해 매출 30억원, 내년 120억원을 올리는 게 목표다. 코스닥 시장 상장은 2027년 말이나 2028년 상반기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빅파마와 계약 2건 이상을 올리고 나서 기업공개에 도전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흑자 전환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씨티셀즈는 액체생검 글로벌 탑티어가 되는 게 경영 목표다. 김 대표는 "암 등 만성질환 환자는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맞춤형 항암치료에 필수적인 액체생검 기술이 국가 차원의 미래먹거리가 되도록 키워가겠다"고 했다.
박영태 바이오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