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하역 로봇 스타트업 라이트봇을 통째로 인수했다. 물류 자동화의 마지막 난제로 꼽히던 ‘하역’을 자사 기술 스택 안으로 끌어들인 결정이다. 대형 물류 기업 UPS도 최근 또 다른 하역 로봇 스타트업 픽클에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물류 대기업과 상하역 로봇 스타트업 사이 '동맹'이 공고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미국 로봇 전문 매체 더로봇리포트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트럭이나 컨테이너에 실린 화물을 자동으로 꺼내는 로봇을 개발한 미국 스타트업 라이트봇을 사들였다. 아마존은 라이트봇 인력을 로봇틱스 조직 내 RDPI(Robotics Delivery and Packaging Innovation) 팀으로 편입했다. 라이트봇 자체 홈페이지는 폐쇄됐다. 라이트봇의 제품은 모바일 플랫폼+로봇암+컨베이어를 결합한 시스템으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화물을 흡착 그리퍼로 집어 실어 나르도록 설계됐다.
라이트봇의 핵심 기술력은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비정형’ 적입 상태에서도 자동으로 박스를 찾아 집어 올리고 비전 알고리즘으로 무게와 크기에 따라 흡입력을 조정해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트럭과 컨테이너에 실린 화물은 형태와 배치가 제각각이라 예측하기 어렵다. 그동안 하역 자동화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난제로 꼽혀 왔다. 하역은 창고 작업 중 가장 노동 강도와 부상 위험이 높은 공정으로, 아마존 물류센터 자동화에서도 ‘마지막 남은 수작업’에 가깝다. 라이트봇 인수는 아마존이 ‘라인의 시작점’까지 자체 로봇화를 밀어붙이는 과정으로 읽힌다.
아마존은 2023년 자사 이노베이션 펀드를 통해 라이트봇에 625만달러(약 90억원)를 투자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후 2년 만에 직접 인수로 선회했다. 파일럿 결과가 일정 수준 이상 검증됐고, 핵심 공정을 외부 솔루션 형태로 두기보다는 자체 코어 기술로 잠그겠다는 신호다.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라 '기술 소유자'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다.
아마존이 라이트봇을 품으면서 글로벌 물류 로봇 시장에서 하역 로봇을 둘러싼 표준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별 스타트업 난립을 지나 거대 물류 기업을 중심으로 한 M&A와 '기술 종속' 단계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하역 로봇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픽클, 일본 무진 등 여러 기업이 도전해온 영역이지만 대규모 상용화는 이제 막 이뤄지고 있다.
최근 UPS도 픽클 로봇 400대를 1억2000만달러 규모로 도입해 트럭 하역 자동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MIT 출신들이 모여 세운 픽클 로봇은 팔레트에 쌓이지 않은 비정형 화물을 식별하기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DHL은 지난해 5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트레치와 협력을 시작했다. 당시 DHL은 계약 물류 부문의 자동화에 10억유로(약 1조4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히면서 향후 전 세계 현장에 1000대 이상의 로봇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르틴 치우펙 로봇 전문 테크 저널리스트는 "라이트봇 인수는 상하역 로봇 시장의 본격적인 통합을 시사한다"며 "픽킹과 이동을 넘어 하역까지 물류 자동화 경쟁이 넘어오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국내 물류 로봇 스타트업 다수는 자율주행 카트(AMR), 피킹, 셔틀, 풀필먼트센터 자동화에 집중돼 있다. 컨테이너 하역처럼 복잡하고 위험한 구간은 상대적으로 비어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