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동생이 무대 위에서 만개했다. 안소희가 묵직한 연기로 울림을 주며 연극무대에서 진가를 증명했다.
안소희는 지난달 16일 개막한 연극 '그때도 오늘2: 꽃신'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번 작품은 450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삶을 지탱해 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2인극이다. 안소희는 여기서 '여자 2' 역을 맡아 1인 4역이라는 고난도 도전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이번 무대에서 안소희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그는 1590년대 임진왜란 당시의 기생 논개부터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꿈 많은 소녀, 1970년대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억척스러운 여공, 그리고 2020년대 병실에서 엄마를 지키는 딸 서연까지, 450년이라는 방대한 시공간을 넘나든다. 시대마다 전혀 다른 삶의 결을 지닌 네 명의 인물을 오직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깊어진 감정선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안소희의 이러한 변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연극 무대에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며 배우로서의 내공을 다지는 데 집중해 왔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관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며 날것의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연극 무대를 선택한 것에서 연기에 대한 그의 남다른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2인극이라는 형식은 배우에게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안소희는 라이브 무대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발성과 정확한 딕션, 그리고 섬세한 감정 조절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1590년대의 투박한 사투리부터 현대의 건조한 말투까지 시대별 언어의 질감을 살려낸 디테일은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이 작품을 준비했는지를 방증한다.
전작 '그때도 오늘'이 남성들의 투박한 우정과 시대적 울분을 그렸다면, 이번 '꽃신' 편은 여성 서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안소희는 거대한 역사의 파도에 휩쓸리면서도 서로에게 '꽃신'을 건네며 희망을 이어가는 여성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들은 교과서 속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땀 흘리고 웃고 울었던 우리네 어머니이자 할머니, 그리고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다.
안소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단순한 스타를 넘어 단단한 연극배우로 거듭났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무대 위 덩그러니 남겨진 꽃신 한 켤레가 긴 여운을 남기듯, 안소희가 무대에 쏟아부은 땀과 열정은 관객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었다.
안소희의 깊어진 연기력과 함께 시대를 관통하는 여성들의 연대를 담은 연극 '그때도 오늘2: 꽃신'은 오는 2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공연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