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어디] 2월 포토 트립, 완주 만경강

입력 2026-01-26 12:54
수정 2026-01-26 12:56
나는 흐르는 강물 앞에 서 있다. 오래전 읽었던 시 구절이 불현듯 만경강 앞에서 생각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작년과 올해가 다르지 않다면 그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작은 샘에서 시작된 만경강이 다른 물줄기와 만나지 않는다면? 갑자기 크고 좁아지는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강은 철새를 품지 못하고, 바다라는 새 이름도 얻지 못할 것이다. 끊임없이 ‘흐름’은 강의 기도일 것이다. 인간의 기도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만경강이 살얼음을 깨며 나아가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었다.



만경강의 본래 이름은 ‘사수강(泗水江)’이다. 크게 4개의 천(전주천·삼례천·고산천·익산천)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강을 뜻한다.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으로 오늘날의 이름이 되었으니 만경의 경(頃)은 ‘100이랑’, 즉 만경강은 백만 이랑을 지닌 강을 뜻한다.

전북 완주 동상면 사봉리의 밤샘을 발원지로 동상·대아저수지와 합류해 고산면으로 큰 줄기를 이루며 뻗어나가는 만경강이 제방 아래 잠시 쉬어가는 모양새다. 대나무 숲이 우거진 고산면 세심정 아래에는 자라 바위, 또는 거북 바위로 불리는 큰 바위가 강 위에 우뚝 솟아있다. ‘만죽선생서공익유허비’로 바위에도 ‘세심정(洗心亭)’ 세 글자가 암각되어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만죽 서익 선생은 호를 만죽으로 지을 만큼 대나무와 만경강의 산수를 아꼈다고 전해진다. 세심정과 인근의 고산향교에 이르기까지 대숲이 형성된 것이 선생의 뜻인가 보다. 만경강 위에 우뚝 솟은 신비로운 바위와 후대에까지 전해지는 아름다운 시조를 남긴 선비, 서익. 유허비가 세워진 바위에는 봄기운이 전해지는지 살얼음이 녹고 있고, 그 둘레를 따라 작은 새 두 마리가 총총히 걸으며 연신 강물을 마시고 있다. 완주, 전주, 익산, 김제, 군산을 거쳐 서해가 되기 전, 만경강의 2월을 한참 지켜보았다.

LOCATION _ 전북 완주 고산면의 세심정과 그 아래 만죽선생서공익유허비, 2월 어느 날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