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금융 확대 중요...녹색 데이터 없인 자금조달도 어려워질 것”

입력 2026-02-02 06:01
수정 2026-02-02 11:27
[한경ESG] 커버 스토리 ⑤ K-택소노미 확대, 녹색금융 속도 낸다
전문가 인터뷰 - 홍두선 코데이터(KODATA) 대표




홍두선 코데이터(KODATA) 대표는 공직과 민간 영역을 두루 경험한 기후 금융의 전문가다. 코데이터는 2005년 정책금융과 시중은행의 출자로 설립된 신용평가기관으로, 중소기업 DB에 특화돼 있다. 한국기업데이터에서 최근 사명을 코데이터로 바꾸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중심의 변화를 추진해 오고 있다.

홍 대표는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역임한 뒤 코데이터로 자리를 옮겨 재정 및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코데이터를 혁신하고 있다. 또한 홍 대표는 BNZ파트너스와 함께 녹색여신 외부검토기관으로서 MOU를 맺고 녹색금융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홍 대표는 <한경ESG>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실질적인 녹색 전환을 위해서는 녹색·전환 부문의 재원 조성과 R&D지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레버리지 구조 설계가 중요하다”라며 “앞으로 5년 내 기업의 녹색 등급이 자금 조달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과 민관을 넘나드는 이력을 갖고 계신다.

“2024년 7월 코데이터에 오기 전까지 지금의 기획재정부(과거 재정경제부)에서 공공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고 기획재정부 차관보로 국가 경제 정책의 실무를 맡았다. 공직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설계 시 기후대응기금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코데이터 대표 취임 이후 데이터 기반의 혁신 금융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미래전략본부와 AI 전환실을 신설하며 기업평가 프로세스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결합하는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KOGPS, KOgrid와 같은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KOGPS는 다양한 재무·비재무 요소를 기반으로 기업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생산적 금융, 녹색금융, 전환금융 대상 기업 선별에 활용될 수도 있다. KOgird는 금융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경영이력정보와 법인세·부가세 신고자료 등 다양한 정보와 모니터링 정보를 결합한 기업 관계망 서비스다. 앞으로 기업 통계·데이터를 API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고도화하여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녹색금융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그동안 5년 단위 국가온실가스 감축 이행 계획을 세워왔지만, 실제로는 목표 대비 이행 속도가 계속 지연돼 왔다. 특히 제조업과 산업 부문은 감축 난이도가 높고 반발도 컸던 영역이다. 진정한 녹색 전환을 위해서는 단순한 목표 설정이 아니라 기후대응기금과 같은 재원을 조성하고, R&D를 지원하면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레버리지 구조를 통해 속도를 높여야 한다. 이제는 목표를 세웠다가 아니라 얼마나 가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 속도는 다소 늦어질 수 있지만, 방향 자체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 배출권 거래제 강화, 국제 경쟁 환경 등을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전환을 미룰수록 오히려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의 금융 활동이 금융권에서 신용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핵심 데이터는.

“기업의 녹색활동으로 실제 탄소배출량이 감축했는지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와 녹색 활동이 장기적인 성과 향상에 도움을 주었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히 기업이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보다는 감축된 탄소배출량과 환경 리스크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장기적 재무건전성을 데이터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탄소배출량만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코데이터는 중소기업·비외감기업의 재무 데이터, 전력 사용량, 공공기관 공식 데이터 등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어, 탄소 감축과 함께 매출·생산성·성장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 기반 덕분에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현실적인 녹색·전환금융 컨설팅이 가능하다.”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택소노미를 통한 금융 조달 및 택소노미 공시를 위해 당장 시작해야 할 데이터 관리 항목은 무엇인가.

“기업의 녹색 활동을 인정받으려면 환경 개선 효과가 수치로 증명되어야 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데이터는 전기 사용량, 차량 연료 사용량 등의 에너지 소비 데이터다. 다음으로 택소노미의 핵심은 회사 전체 매출 중 진짜 녹색 경제활동으로 번 돈이 얼마인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서비스별 매출 내역을 K-택소노미에서 정의하는 녹색활동 카테고리에 맞춰 분류해서 관리해야 한다. 사실 중소기업은 이러한 데이터 관리도 인력 등의 한계로 쉽지 않다. 우선 데이터를 측정하고 관리할 의지가 중요하며, 담당자를 두고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 환경부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추진하는 ESG(환경 ·사회·지배구조) 경영 및 탄소중립 지원 사업들이 많다. 이런 지원사업 참여를 통해 데이터관리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녹색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기업 사례가 있다면.

“최근 녹색자금을 받은 금속 스프링 제조업체 사례가 있다. 30년 업력의 중소기업으로 ESG 경영을 내재화했고, 에너지 사용량 등 환경 관련 데이터를 관리해 왔다. 와이어 제품군 생산을 위한 설비 도입 과정에서 자금 수요가 발생해 코데이터를 통해 녹색여신 적합성 검토를 진행했다. 기존 설비 대비 전력 사용량은 적고 생산량은 높은 고효율 설비 도입 효과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약 3.9% 감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해당 기업은 금리 약 1%포인트를 낮춰 약 5억 원 규모의 녹색여신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녹색여신 심사 시 코데이터 데이터 중 가장 비중있게 참고하는 부분은.

“온실가스 배출량 등 정량적 환경 데이터, 환경 리스크 및 법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행정처분 이력 정보, 녹색 인증 정보가 있다. 택소노미 적용 대상이 되는 70여 개 혁신 품목(친환경차, 드론, 히트펌프 등) 취급 정보도 활용된다. 코데이터는 약 80여 종의 ESG 데이터베이스를 별도로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환경 정보 외에도 일자리 우수기업, 사회적기업, 산업재해 발생 정보, 전력·가스 사용량 등의 에너지 정보도 보유하고 있다.”

그린워싱을 걸러내기 위해 기업 제출 데이터의 신뢰성을 어떻게 검증하고 있나.

“기업이 제출한 에너지 사용량이나 탄소배출량 데이터의 객관적 검증을 위해 공공기관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거나 기업이 제출한 고지서 등의 자료와 대조한다. 매출액 대비 배출량의 경우 증빙할 수 있는 설비 견적서, 원재료 매입 내역 등의 자료를 받아 검증한다. 또 서류상 수치와 실제 사업장의 현황을 검증하기 위한 현장 실사를 나가고 있다.”

향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택소노미 평가에 어떤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나.

“AI와 빅데이터 기술은 택소노미 평가 분야에서 수작업의 자동화나 비대칭 데이터의 정밀 분석을 통해 평가 속도를 높이고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K-택소노미 전문 상담 AI를 도입한 바 있다. 코데이터가 BNZ파트너스와 공동 운영 중인 녹색여신 적합성 판단 솔루션도 AI 기술을 활용해 개발됐다. 복잡한 K-택소노미 해설서의 내용을 학습한 AI가 기업의 활동 키워드만으로 녹색분류체계 해당 여부를 즉시 판별한다.”

전환금융과 관련한 책을 최근에 내셨다. 전환금융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한국 제조업 경쟁력 측면에서는 녹색금융도 중요하지만 전환금융의 역할이 더욱 크다. 현재 금융권에서 논의 중인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은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린워싱 방지와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설계다. 일본은 전환 채권 발행 등 적극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중앙은행 차원의 양적완화보다는 정책금융을 활용해 저리 대출, 보증, 레버리지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함께 포함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현재 기후대응기금으로 녹색금융 이차보전 사업을 진행 중이듯 안정적인 전환금융 재원을 마련하고, 수소환원제철 등 고탄소 제조업종의 실질적 전환을 구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향후 기업의 녹색등급이 신용등급만큼이나 강력한 지표가 될 수 있을까.

“현재는 신용등급이 핵심 지표이고 녹색등급은 보조 지표에 가깝다. 그러나 앞으로는 두 등급이 통합적인 리스크 관리 지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탄소세 도입이나 규제 강화로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을 미래 부도 위험으로 인식할 것이다. 녹색등급이 낮은 기업은 신용등급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향후 5년 내에는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는 기업이 대출을 받을 수 없듯이, 탄소 배출량과 택소노미 적합성 등 녹색 성과 자료 제출이 없으면 정상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중소기업에게도 녹색 데이터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금융 접근성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될 것이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