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 4만원이 15만원으로…"이런 난리도 없어요" [현장+]

입력 2026-01-27 06:36
수정 2026-01-27 09:22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어요. 우리도 재료가 없어서 못 팔 정도예요."

26일 오전 9시경 서울 중구 주교동 방산시장에서 베이킹 재료를 판매하는 60대 A씨는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열풍'을 체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두쫀쿠 인기가 베이킹 재료의 메카 방산시장 매대까지 휩쓸었다. 이날 방산시장 베이킹 재료 가게를 돌아본 결과, 가게 한 곳을 제외하고 두쫀쿠 재료는 모두 품절이었다. 가게 한 곳도 볶은 카다이프면 하나만 판매할 뿐이었다.


A씨는 "주말에 모두 동났다. 마시멜로, 카다이프면,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모두 없다"며 "인당 제한을 두지 않으면 하루에 다 팔 수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피스타치오만 봐도 원래 1kg 단가가 3만8000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7만원, 어떤 때는 15만원까지 찍는다"고 설명했다. 두쫀쿠에는 피스타치오, 카다이프면, 마시멜로, 코코아 파우더, 화이트 초콜릿 등이 들어간다. A씨의 매장 문 앞에는 '두쫀쿠 재료, 매장 안으로 들어오세요'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사람 2배 늘어"…두쫀쿠로 미소 지은 방산시장
두쫀쿠 열풍으로 재료비가 올라 두쫀쿠 가격이 치솟자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다만 마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재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피스타치오, 마시멜로 등 두쫀쿠 핵심 재료 품귀 현상이 빚어져서다. 이에 재료를 바로 구할 수 있는 장소로 방산시장이 입소문을 타면서 '반짝' 활기를 얻고 있다.

이날 방산시장에서 만난 대학원생 이지영(24) 씨는 "두쫀쿠 가격이 너무 올라 직접 만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재료가 품절이거나 온라인에서 주문해도 오래 기다려야 하더라"며 "친구들이 방산시장을 추천해 줘서 와봤다. 도매가로도 재료를 팔고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품절이 많아서 어제 올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방산시장의 베이킹 재료 가게 곳곳에서는 "발로나 코코아 파우더는 없어요?", "2월 중순에 들어온대요",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는 품절됐나요?", "네, 지금 없어요"와 같은 대화가 반복됐다. 베이킹 재료 가게를 운영하는 지권석(45) 씨는 "겨울이 성수기이긴 한데 평소의 2배 정도 온다. 20대 여성이 많이 오기보다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다양하다"며 "물건이 없어서 문제다"라고 전했다.


두쫀쿠를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화과자 케이스도 부족하다. 방산시장의 한 포장재 판매점에서는 입구에 '현재 화과자 케이스 수요 증가로 구매 가능 수량을 팀당 3팩(300개)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매장 안에 들어가 보니 화과자 케이스에 두쫀쿠 모형을 두고 전시하고 있었다. 동그란 모양의 화과자 케이스는 이미 동이 나 '1월 말 입고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방산시장에서 두쫀쿠 재료와 케이스를 같이 판매하는 50대 B씨는 "화과자 케이스가 10만개밖에 없다. 마시멜로는 지난주 주말이 오기 전부터 품절됐다"며 "주말, 평일 상관없이 비슷하게 손님들이 온다"고 했다.

"지금이 특수인데"…재료 부족해 다시 '한숨''두쫀쿠 효과'에 자영업자는 물론 방산시장 상인까지 미소 짓는 듯했으나 상인들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두쫀쿠 재료가 부족해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지' 못해서다. A씨는 "1월은 두쫀쿠로 버텼다"면서도 "재료가 떨어지니 개털이다. 재료 가격도 더블로 올라 별로 못 번다"며 "요즘 사람들은 쿠팡으로 뭐든 다 구하니까 오프라인으로 오는 고객이 없었는데 두쫀쿠 덕에 생겼다. 그런데 지금 재료가 없어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다"고 한숨 쉬었다.

B씨는 "요새는 크리스마스도, 밸런타인데이 때도 사람들이 방산시장을 안 찾는다"며 "지금이 기회인데 아쉽다"고 했다. 지씨는 "재료가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다"며 "언제 어떤 재료가 들어오니 이때 다시 오시라고 고객들께 말씀 못 드린다"고 했다.

전문가는 원료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두쫀쿠 유행이 꺾일 수 있는 기로에 놓여 있다고 봤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재료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외생변수가 생긴 것"이라며 "유행이 확산하려면 제품 공급이 원활히 잘 돼야 어느 정도 시장이 성숙해지는데 지금은 벽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공급이 잘 안되면 열풍이 어느 정도 잦아들게 되어 있다.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 공급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어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 부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