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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종 언급되는 말이 있다. 부부 중 한쪽의 소득이나 재산이 훨씬 많더라도 그와 전혀 관계없이 5년 살다 이혼하면 재산의 30%, 10년 살다 이혼하면 재산의 절반까지 상대방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얘기다. 유명 연예인들이 이 내용을 들어 "배우자보다 내가 재산과 소득이 훨씬 높으니 이혼하면 손해다, 이혼은 절대 못 하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손사래 치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재산분할 관련 법만 놓고 볼 때 이 말이 실제로 맞는지 한번 확인해보자.
먼저 위와 같은 재산분할 비율이 법으로 정해져 있나? 그렇지 않다. 우리 민법은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이에 대해 협의가 되지 않으면 법원이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부부가 서로 협의하지 않는 한, 재산분할 비율은 전적으로 법원이 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부마다 그간 살아온 과정과 이혼하는 모습이 각자 다르므로 획일적인 기준을 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 해서 개개의 사건별로 모두 다른, 중구난방식의 결론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판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상당수 부부는 네 것, 내 것을 나누지 않고 함께 힘을 합쳐 '부부공동의 재산'을 만들어 왔을 것이다. 제대로 구분되지 않고 섞여 있는 부부공동의 재산을 갑자기 딱 잘라 나눈다는 건 상식적으로 볼 때 절대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혼인 기간, 고려 요인 중 하나에 불과이혼에서 재산분할의 주요 목적은 무엇일까? 대법원 판결은 크게 청산적 요소와 부양적 요소,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청산적 요소란 혼인 관계 중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 재산을 나눈다는 것이고, 부양적 요소란 그동안 함께 살아오던 부부가 장차 각자 자립해 살아가게 될 것이므로 이혼 후에도 혼인 중에 못지않은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청산적 요소와 부양적 요소를 모두 고려한, 재산분할 비율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 사항들에는 △재산의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도 △혼인 생활의 과정과 기간 △당사자의 나이와 직업, 경력, 경제력, 소득 △혼인 파탄의 경위 등이 일반적으로 고려된다. 그 밖의 특수 요소로는 △미성년 자녀의 양육 방식 △일방 배우자의 부모 또는 형제자매 등이 물질적 도움을 줬는지 여부 △일방 배우자가 혼인 전 취득한 재산 △일방 배우자가 재산을 낭비하거나 재산적 손실을 입혔는지 여부 △상대방 배우자의 전혼(재혼한 경우 이전의 혼인) 자녀를 양육하거나 상대방 배우자의 부모를 봉양한 경우 △분할 대상 재산의 규모 등이 있다.
2012년 1월~2013년 2월 사이 전국 5개 가정법원 판결문에서 재산분할 비율의 고려 요인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들을 분석하면 아래 표와 같다.
혼인 기간 길수록 비율↑…경향성은 존재가장 많이 언급되는 요인이 혼인 기간이긴 하다. 또 여러 사건을 분석해보면 부부 중 한쪽이 가져가는 재산분할 비율은 10%부터 90%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음에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치는 50%다. 동거 기간이 길수록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분할 비율이 더 큰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동거 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 부부 중 소득 및 재산이 적은 쪽이 30~39%의 비율로 재산을 가져가는 비중이 높고, 동거 기간이 10년 이상~20년 미만인 경우 부부 중 소득 및 재산이 적은 쪽이라고 하더라도 약 50%의 비율로 재산을 가져가게 된다. 아래 그림은 2014년 서울가정법원의 실무례를 정리한 것이다.
이처럼 혼인 기간이나 부부로서의 동거 기간은 재산분할 비율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동거 기간에 따라 일률적으로 재산분할 비율이 정해질 리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동거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산분할 비율이 일정한 경향성을 보이는 점도 분명하다. '5년 살면 30%, 10년 살면 50% 나눠줘야 한다'는 말도 현실과 아예 동떨어지진 않은 말이긴 한 것이다.
부부 사이에선 한쪽이 많이 벌고 다른 한쪽이 적게 벌거나 소득이 아예 없는 경우가 있다. 혼인 생활 중 취득한 재산을 공동명의로 하지 않고 어느 한 명의 명의로만 해 두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부부란 공동의 재산을 만들고 유지해 나가려는 노력을 함께 하는 관계다. 내 이름으로 돼 있다 해서, 내가 좀 더 많이 번다 해서 온전히 나만의 재산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