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질의로까지 번진 STO…커지는 정치권 외풍 [박주연의 여의도 나침반]

입력 2026-01-25 22:30
수정 2026-01-26 03:47
조각투자(STO) 유통플랫폼 예비인가를 둘러싼 루센트블록 논란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질의로까지 번지면서 금융당국의 독립적 인허가 판단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루센트블록은 자신들이 부당하게 배제됐다고 반발하고 있는데 청와대와 관계 부처가 공개석상에서 '조정 방안'을 언급하면서 정치권 외풍이 커졌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국무회의까지 올라온 루센트블록發 논란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조각투자 허가 문제는 어떻게 하기로 결론냈느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소관의 개별 인허가 사안을 국무회의에서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화답했습니다. 김 실장은 "(조각투자 인가 문제는) 금융위 소관"이라면서도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주도로 토론을 해서 조정 방안을 만들었다"고 답했습니다. 한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한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를 4년 정도 잘 수행했는데 그걸 잘 졸업한다는 것에 의미가 무엇일까가 처음에 정의가 잘 안 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향후 규제 샌드박스는 다시 좀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과 김 실장, 한 장관 모두 특정 기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금융위 소관 인허가 사안을 두고 청와대와 중기부가 '조정 방안'까지 언급한 것을 놓고, 금융당국이 정리해온 결론을 정무적으로 다시 손보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한 장관의 발언 역시 '규제 샌드박스를 수행한 혁신 사업자가 제도화 과정에서 다시 경쟁에 놓이는 구조' 자체를 문제 삼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결과적으로 루센트블록 측 주장에 명분이 실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절차 거쳤는데…"제도화 늦어질수록 손해" 업계 안팎에서는 "정무적 언급이 이어질수록 인허가 시스템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STO 예비인가는 이미 금융감독원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 평가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등 절차가 진행된 사안입니다. 중기부와 청와대가 중간에 개입할 논리 자체가 약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루센트블록은 외평위에서 3개 컨소시엄 중 최저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평위·증선위 절차를 거친 인허가 판단이 외부 변수로 번복될 경우 향후 인가 체계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더군다나 STO 예비인가 절차가 최종 결론 직전에서 멈춰 서면서 제도화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14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STO 전용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초 시장에서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예비인가 사업자가 확정돼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안건이 아예 올라오지 않으면서 결론이 미뤄졌습니다.

이번 예비인가는 조각투자 유통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첫 단계인 만큼 사업자 선정이 늦어질수록 STO 시장 안착 일정도 함께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이 정비된 뒤에도 핵심 인프라가 늦어지면 시장은 애매한 상태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며 "제도화의 속도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혁신 기업과 투자자 모두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권 외풍에...해외 사례까지 들여다보는 금융위 금융위가 국무회의 언급을 계기로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주목됩니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혁신금융사업자 제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를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검토하기 위해 영국과 싱가포르 등 주요국의 규제 실험 제도를 비교·검토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국무회의에서 조각투자 인가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된 직후 금융위가 해외 사례 검토에 나선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개별 사업자 선정' 문제를 넘어 규제 샌드박스 제도 자체를 손보는 방향으로 논의를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특정 업체 논란과는 무관하게 제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보완점을 점검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입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