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이 쏘아 올린 공, 162조 프랜차이즈 '당연한 마진'은 끝났다 [현민석의 페어플레이]

입력 2026-01-2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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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원은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필자는 이 긴 싸움의 허리인 2심부터 합류해, 상고심에 이르러서는 차액가맹금의 법적 성격을 규명하는 모든 핵심 서면을 초안부터 탈고까지 오롯이 혼자 직접 작성하며 치열한 법리 논쟁의 최전선에 섰다.

서면을 다듬으며 밤을 지새울 때마다 본사 측의 항변은 한결같았다. "물건을 공급하면서 마진을 남기는 건 장사의 관행이다. 전체 공급가에 합의했으니 그 속에 포함된 마진도 합의된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대법원 재판부를 향해 던진 질문은 명확했다. "합의되지 않은, 계약서에 없는 마진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할 것인가?"

법원의 대답은 냉정했다. 합의되지 않은 차액가맹금(유통마진)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변론 과정에서 수없이 강조했듯, "가맹사업법상 당연한 마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외침이 마침내 162조원 프랜차이즈 시장의 새로운 질서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단순 마진' 아닌 '별도 가맹금'상고심 서면을 작성하며 필자가 가장 공들여 파고든 법리는 바로 차액가맹금의 정체였다. 일반적인 상거래(매매계약)에서는 판매자가 원가에 얼마의 마진을 붙이든 구매자가 총액에 동의했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맹사업은 구조가 다르다.

가맹본부는 브랜드 통일성을 명분으로 필수품목을 지정하고, 점주에게 강제로 구입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본사가 공급가에 슬그머니 얹는 마진은 점주가 선택권 없이 낼 수밖에 없는 일종의 '통행세'다. 그렇기에 우리 입법자는 차액가맹금에 대해 단순한 유통마진과 구별되는 가맹금이라는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입법적 결단인 것이다.

이는 적정한 도매가격은 물품 공급업자의 몫이지만 그 위에 얹어진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가져가는 '가맹비'라는 점에 주목한 결과다. 따라서 대금 총액에 대한 뭉뚱그려진 합의가 아니라, 차액가맹금을 얼마나 걷을 것인지에 대한 별도의 구체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판결은 본사가 점주에게 이 합의를 구하지 않았고, 심지어 마진이 없다고 기망한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


미국 본사도 안 떼가는 마진본사는 수익 악화를 우려한다. 반면 필자가 재판 과정에서 제출했던 증거들을 보면 글로벌 스탠다드는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프랜차이즈의 본고장인 미국의 피자헛 본사(PHLLC)는 정보공개서를 통해 "우리는 가맹점사업자에게 물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이익(마진)을 얻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유독 한국에 진출한 피자헛코리아만 토종기업화해 차액가맹금을 걷었던 셈이다. 정작 미국 등 선진국은 물류 마진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노하우를 제공한 대가로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Royalty)로 받는 투명한 구조가 정착되어 있다.

한국은 본사가 물류 마진에 의존하다 보니, 점주 매출이 늘지 않아도 원가만 올려 수익을 낼 수 있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이번 판결은 한국도 이제 '깜깜이' 물류 마진과 작별하고 선진국형 로열티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호탄이다.


공정위의 '행정 규제' 넘어 '민사적 구제'로이번 승소는 의미심장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무겁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같은 행정규제에만 몰두해 왔다. 가맹사업법 개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공정위가 과징금을 걷어간다고 해서, 피눈물을 흘린 점주들의 지갑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정책의 무게중심을 '실질적 피해 구제'로 옮겨야 한다. 공정위는 조사 단계에서부터 점주들이 민사 소송에서 활용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행정처분이 민사배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반쪽짜리 정의는 멈춰야 한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확인된 민사법리가 가맹사업법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가맹사업법의 추가적인 개정까지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사법 전문가의 도움도 충분히 받을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 집단소송제무엇보다 집단소송제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필자가 수행한 이번 사건도 점주들이 최종 승소를 확인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개별 점주가 정보력과 자금력을 가진 거대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은 여전히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일부 피해자가 승소하면 나머지 점주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돼야 본사의 소송 지연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다. 또 "법을 어기면 회사가 휘청일 수 있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결론: 투명한 계약만이 '페어플레이'필수품목은 브랜드 품질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여야지, 본사의 수익을 위한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은 가맹본부와 점주가 '투명한 계약' 위에서 다시 만나라는 사법부의 준엄한 명령이다. 가맹사업법상 계약서에 없는 마진은 부당이득이고, 합의 없는 징수는 불법이다.

상고심 서면의 마지막 문장을 찍으며 필자가 바랐던 것은 단 하나였다. 우리 입법자의 결단이 무시되지 않고 프랜차이즈 업계의 새로운 질서가 되는 것. 가맹사업법에 '당연한 마진은 없다'는 입법적 결단이 사법부에 의해 최종적으로 확인되는 것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