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0시40분경 서울 명동. 아직 유동인구가 몰리기 전 시간이었지만 명동에 위치한 패션 브랜드 MLB 매장 안은 이미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돌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대형 이미지가 걸린 이 매장에는 입장하는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에스파”라는 말이 반복해 오갔다.
오픈 직후 이른 시간대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만 20명가량 동시에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 매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은 브랜드 모델인 카리나가 착용한 털모자였다. 가격은 4만3000원인데 흰색 제품은 착용이 제한돼 노란색 털모자를 대신 써보는 관광객들이 많이 포착됐다. 매장 관계자는 “매출의 약 70%가 중국인 관광객에게서 나온다”고 귀띔했다.
명동에는 MLB 매장 주변으로 emis, 디스커버리, 커버낫, 더바넷 등 20~30대에게 인기 높은 패션 브랜드 매장들이 잇따라 들어서 있다. emis 매장 내 의자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던 한 중국인 관광객은 올리브영과 비비앙(bibiang) 브랜드의 향수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그는 번역기를 사용해가며 “(비비앙) 브랜드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아이돌이 (브랜드 모델로) 있어서 구매해봤다. 라즈베리 향을 골랐다”면서 “어떤 패션 브랜드가 한국에서 유명하냐”고 되묻기도 했다. 패션뿐 아니라 향수, 의류, 액세서리 등으로 명동 거리에서 소비되는 품목 자체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기를 겪었던 서울 명동 상권이 최근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빠르게 회복되며 부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래관광객 수는 약 1850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175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한국문화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명동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450만명으로,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소비를 주로 하는 외국인 고객들로 인해 활기를 띠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소비가 많은 국내 소비자들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들은 특성상 오프라인 소비가 주를 이루는 데다, 최근 K컬처 붐으로 한국 아이템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면서다.
실제로 명동 상권에 새 매장을 내는 패션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운영하는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9일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 플래그십 스토어 ‘코오롱스포츠 서울’을 열었다. 회사 측은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국내 거점으로 명동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코오롱스포츠 매장에도 외국인 관광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가족 단위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장을 찾았고,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남성들도 의류를 직접 고르며 직원과 대화를 나눴다.
무신사 또한 이달 말 롯데백화점 본점 맞은편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무신사 스토어 명동’을 열 예정이다. 앞서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을 연 데 이은 것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난 명동 상권에 집중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 또한 명동 일대에 K-패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공간을 조성하며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힘 쏟고 있다. 지난해 롯데타운 명동에는 글로벌 2030세대를 겨냥한 K-패션 전문관 ‘키네틱그라운드’가 들어섰다. 이 공간에는 마르디 메크르디, 마뗑킴, 더바넷, 코이세이오 등 최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지도 높은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이날도 키네틱그라운드 내 마뗑킴 매장에는 6~7팀의 외국인 관광객이 동시에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롯데백화점은 명동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브랜드’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키네틱그라운드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