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 브로커 먹잇감 된 사상 최대 中企 R&D 예산

입력 2026-01-25 17:49
수정 2026-01-26 00:16
올해 정부가 지원하는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45% 증가한 2조1959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지원 자금(4조4313억원) 등 다른 부처 정책자금까지 더하면 9조원대에 이른다.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에는 반가운 일이겠지만 이들을 노린 불법 브로커가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책자금을 받게 해주겠다고 접근해 수수료를 챙기거나 관련 업무를 맡던 공공기관 직원이 퇴직 후 브로커, 컨설팅 학원 강사로 변신해 대출 신청 소상공인 등에게 보험 가입과 수강을 종용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엔 보이스피싱으로 정부 기관을 사칭하거나 개인정보를 빼내 대출금을 가로채는 범죄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불법 브로커를 적발해도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이 몇 년째 지지부진한 탓이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적발된 불법 브로커의 절반가량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음에도 그때뿐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불법 브로커를 근절하겠다며 지난해 말 ‘제3자 부당개입 문제해결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고 경찰과 합동 조사에 나서긴 했지만, 피해를 본 기업이 신고를 꺼려 적발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예산은 늘리되 지원 방식을 혁신해 ‘돈이 되는 R&D’ ‘시장의 선택을 받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나눠 먹기’식 예산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탓에 알선 브로커가 더 활개 치는 게 아닌가. 게다가 정책자금을 처음 신청할 때 작성해야 할 서류만 수십 종에 달한다고 한다.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하는 브로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청 절차와 서류는 대폭 간소화하되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단속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불법 브로커가 발붙일 수 없는 토양부터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