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는 李대통령…감세조치 원상복구하나

입력 2026-01-25 17:43
수정 2026-01-26 01:02

이재명 대통령은 “잃어버린 30년을 향해 치닫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탈출하는 데 고통과 저항이 많겠지만 필요하고 유용한 일이라면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23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방침을 직접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부동산시장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다시 내놓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보유세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쓴 글을 통해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큰 병이 들었을 때는 아프고 돈이 들더라도 수술할 것은 수술해야 한다” “비정상으로 인한 불공정한 혜택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 등의 강도 높은 표현도 썼다.

추가 대책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부담이 늘어나면 오히려 집을 팔지 않을 수 있다는 시장 우려를 담은 기사를 공유한 뒤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언급했다. 추후 보유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날 밝힌 수도권 집값 잡기 의지가 전방위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정 세목의 세율을 올리겠다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이어져 온 혜택을 거둬들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가 5월 9일까지 매매 계약을 하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중과 유예는 ‘계약’이 아니라 ‘양도’ 기준이어서 5월 9일까지 부동산 등기를 마무리하거나 잔금을 치러야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새해 '강공모드'로 선회한 정부…선거前 "집값 안정 필요" 판단
종부세 누진율 강화 등 검토…다주택자에 거듭 처분 압박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시장 관련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과 취임 직후 부동산 문제에서 최대한 말을 아꼈다. 특히 “굳이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지 않겠다”며 부동산 세제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방침을 밝힌 데 이어 25일에는 보유세 강화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잡지 못하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李, 지선 앞두고 부동산과의 전쟁”이 대통령은 휴일인 이날 SNS에 부동산시장 현안과 관련한 글을 네 차례나 올렸다. 23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시장에서 역풍 우려가 나오자 직접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화를 위한 상법 개정을 두고 기업과 나라가 망할 듯 호들갑 떨며 저항했지만, 막상 개정하고 나니 기업과 국가 사회 모두가 좋아지지 않았느냐”며 시장의 부작용 우려에도 대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여권에서는 최근 주식시장 상승세와 맞물려 이 대통령이 수도권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시장에 쏠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는 머니무브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면서 다주택 보유 부담을 강화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지금 집값을 잡지 못하면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강수를 뒀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새해 들어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보유세 강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누진율을 강화하는 식으로 보유세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구체적 방법론도 거론했다. 강공 모드가 기대한 효과를 내기보다 매물 잠김 등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 대통령은 “알고 버티는 게 이익이 되도록 방치할 만큼 정책당국이 어리석지는 않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尹 정부 부동산 세제 되돌릴 듯관심은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차라리 집을 보유하겠다’는 시장 일각의 분위기를 겨냥해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겠나”고 한 발언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관계자들은 결국 이 대통령이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다주택자에게 주택 처분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책당국이 중장기적으로 꺼낼 수 있는 보유세 인상 카드로는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기본공제액 하향 조치 등이 거론된다. 이들 모두 전임 정부 때 완화된 조치로 현 정부가 ‘정상화’를 명분으로 꺼낼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도 이날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공정비율 상향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최대 95%까지 올라간 공정비율을 60%로 낮췄다. 공정비율은 종부세 과표 산정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비율이 높으면 과세표준이 올라가 종부세 부담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공정비율 조정은 정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9억원인 종부세 기본 공제액을 6억원으로 ‘원상복구’하는 방안도 카드가 될 수 있다.

더 직접적인 건 종부세 세율을 다시 올리는 것이다. 다만 세율을 직접 건드리는 방안은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재영/남정민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