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야말로 괴물"…삼성, 승기 잡더니 또 승부수 던진다

입력 2026-01-25 17:40
수정 2026-01-26 00:55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다음달 업계 최초로 미국 엔비디아, AMD 등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의 ‘큰손’에 정식 납품한다. 두 회사의 최종 품질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아 샘플이 아니라 양산 제품 주문이 시작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4분기 HBM3E(5세대) 12단 엔비디아 테스트 통과, 구글용 납품 확대에 이어 HBM4 출하도 가장 먼저 시작하면서 “삼성의 메모리 기술력이 정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 AMD 등이 진행한 HBM4 관련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데 따라 다음달 본격 출하하기 위해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HBM4는 엔비디아와 AMD가 요구한 동작속도(초당 10Gb)보다 훨씬 높은 ‘초당 11.7Gb(기가비트)’를 구현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 ‘루빈’, AMD ‘MI450’ 등 올 하반기에 나오는 최신 AI 가속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력 제품인 HBM3E 납품 경쟁에서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에 밀린 삼성전자는 HBM4 시장에서 전세를 뒤집기 위해 ‘최고 성능 구현’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HBM의 기본 재료인 D램을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6세대(1c) 제품으로 하고,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에도 라이벌보다 몇 세대 나아간 첨단 공정인 4㎚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를 적용했다.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가 AI 가속기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HBM4 동작속도를 높여달라고 요청하자, 최고 성능으로 설계한 삼성전자는 재설계 없이 바로 검증을 통과했다.

삼성전자는 로직 다이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HBM 전 공정을 직접 다 할 수 있는 강점을 앞세워 HBM4E(7세대), 맞춤형 HBM 등 차세대 제품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갈 계획이다.


"삼성 HBM4 성능 괴물 수준"…3년 절치부심 끝 판도 뒤집어
내달 엔비디아·AMD에 납품…고속·고대역폭·저전력 삼박자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는 최근 3~4개월간 국내외 반도체업계를 달군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누가 먼저 ‘엔비디아 1호 공식 납품’ 타이틀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약 3년 전 4세대 제품(HBM3)부터 시장을 주도한 SK하이닉스 몫으로 돌아가면 ‘SK 장기 집권’ 체제로 들어가고, 절치부심한 삼성전자가 가져가면 ‘역전의 발판’이 마련된다는 게 관전 포인트였다. 승기를 잡은 건 삼성전자였다. 최근 엔비디아, AMD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다음달 정식 제품 출하에 들어간다. HBM4용 D램과 파운드리에서 경쟁사보다 앞선 첨단 공정을 적용, 최고 성능을 구현한다는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정식 제품 최초 납품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엔비디아, AMD를 대상으로 HBM4 정식 제품을 출하한다. HBM4 샘플(시제품)이 아닌 정식 제품을 주요 고객사에 납품하는 건 삼성전자가 최초다.

삼성전자의 HBM4는 정식 출시 전부터 ‘괴물’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동작 속도는 초당 11.7기가비트(Gb)로 글로벌 표준 단체인 JEDEC 기준(8Gbps)을 37% 웃돈다. 대역폭(단위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양)도 초당 2.8테라바이트(TB)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전력 효율’도 HBM3E(5세대) 대비 40% 이상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성능 구현’ 전략 성공삼성전자는 고속·고대역폭·저전력이 중요해지는 AI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읽고 HBM4에 ‘최고 성능 구현’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HBM의 기본 재료인 D램엔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5세대(1b) 제품을 활용하는 경쟁사와 달리 한 세대 앞선 10㎚ 6세대(1c) 공정을 적용했다.

HBM의 가장 밑단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에도 경쟁사가 쓰는 대만 TSMC의 12㎚ 공정보다 몇 세대 앞선 4㎚ 공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일찌감치 방향을 잡았다. HBM4 베이스 다이엔 연산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를 관리하는 ‘논리회로(로직)’ 설계가 핵심 포인트인데, 4㎚를 쓰면 TSMC를 압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전자의 ‘선행 기술 활용’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엔비디아, AMD 등은 AI 가속기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HBM4 성능 향상’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체 중 유일하게 HBM4 설계 변경 없이 동작 속도 11.7Gbps의 최고 성능을 구현해 기술력을 입증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HBM4는 대규모 AI 모델 학습·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처리 병목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세대 제품 주도권 확보삼성전자의 HBM 경쟁력이 정상화하면서 HBM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에 따르면 세계 HBM 시장 규모는 2025년 356억5600만달러(약 52조원)에서 2027년 965억390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추론의 시대’를 맞아 폭증하는 데이터 처리를 위해 GDDR7, LPDDR5X 등 범용 서버 D램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성능 AI 서버에는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HBM이 필요해서다. 예컨대 AMD의 MI450엔 전작(288GB) 대비 50% 증가한 432GB의 HBM이 들어간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루빈 시리즈 중 최고 성능 제품으로 평가받는 베라 루빈엔 총 20.7TB 용량의 HBM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HBM4 시장에서 잡은 승기를 바탕으로 고객사 맞춤형 HBM, HBM4E(7세대)에서도 주도권을 가져갈 계획이다. 비밀 병기는 베이스 다이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HBM 전 공정을 삼성이 도맡아 하는 ‘턴키 서비스’다.

HBM 기본 재료인 1c D램 생산 능력 증대를 위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경기 평택캠퍼스 5공장에선 HBM4E, HBM5(8세대), 커스텀 HBM 등 차세대 제품에 들어가는 D램을 본격 생산한다.

황정수/김채연/박의명/강해령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