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찌꺼기 덕에 7000억 '잭팟'…부업 잘 나가자 대박난 기업

입력 2026-01-25 17:35
수정 2026-01-26 00:47
고려아연이 아연정광을 제련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은으로만 올해 7000억원이 넘는 추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2024년 전체 영업이익(7235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은의 쓰임새가 늘어난 데다 가격도 치솟으면서 ‘부업’이 ‘본업’(아연·연)을 넘어서는 캐시카우가 된 것이다.

◇“부업이 본업 앞질렀다”25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은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100억~120억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은 가격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날보다 4.96달러(5.14%) 오른 트로이온스당 101.33달러에 거래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고려아연의 지난해 은 평균 판매가격이 37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세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업계에선 아연정광 가격(1t 1200달러 안팎)과 은 생산비용이 예년과 비슷한 만큼 은 가격 상승분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은 가격이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면 고려아연은 은으로만 작년 대비 6433억~7720억원의 추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이렇게 되면 올해 전체 영업이익도 증권사 평균 추산치(1조3005억원)보다 훨씬 높은 2조원 수준으로 뛴다.

몇 전만 해도 고려아연의 주력 제품은 철강재 도금 등에 사용되는 아연과 배터리에 들어가는 납(연)이었다. 2019년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량이 아연(42.2%)과 납(20.4%)에서 나왔다. 하지만 아연과 연을 제련하고 남은 찌꺼기(제련 잔재)에서 나오는 금·은·동과 희소금속 가격이 치솟으며 수익 구조가 뒤바뀌었다. 지난해 1~3분기 아연 매출 비중은 25.3%로 줄어든 반면 은은 31.5%로 뛰어 매출 기여도 1위로 올라섰다. 금 역시 17.7%로, 연(12.9%)을 앞질렀다. 금·은·동 합산 매출은 지난해 처음 전체의 50%를 넘었고, 올해는 가격 급등세를 반영해 한층 더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도 수익성에 보탬고려아연이 금·은 회수 기술력을 끌어올린 것도 수익성 향상에 한몫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고려아연은 30~40년 전부터 아연과 연을 제련하고 남은 찌꺼기에서 금·은 등 각종 금속을 뽑아내는 기술에 주목했다. 1992년 잔재 재처리 설비를 도입한 뒤 지속적으로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제련 잔재 회수율을 100% 수준으로 높였다.

전망도 밝다. 그동안 은 수요는 경기에 따라 움직였지만 지금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태양광 패널, 전기차 전장(전기·전자장치) 시스템 등 미래 기술에 두루 쓰이는 덕분에 수요가 탄탄해서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 가격이 올라도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은 랠리’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도 수익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금 가격은 COMEX에서 작년 1월 27일 트로이온스당 2738.40달러에서 이달 23일 4979.70달러로 1년 새 81.8% 올랐다. 고려아연은 금 가격이 오르자 지난해 생산량을 빠르게 늘렸다. 2024년 연간 7t이던 금 생산량을 작년 1~3분기에만 9t으로 확대했다.

안티모니, 비스무트, 인듐 등 희소금속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탄약과 미사일, 포탄 제조, 난연재 등 ‘산업의 조미료’로 쓰이는 안티모니 가격은 2024년 초 t당 1만2000달러대에서 현재 2만800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군사용뿐 아니라 반도체 기판, 태양광 패널, 디스플레이 패널 등에 들어가는 인듐도 2024년 1월 3일(㎏당 260달러)과 비교해 50% 이상 오른 ㎏당 40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반도체와 방탄유리, 탄약 제조 등에 두루 쓰이는 비스무트 역시 작년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희소금속 부문에서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추가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에 짓기로 한 테네시 제련소는 금·은과 희소금속 회수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