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정품이랑 진짜 똑같은 미러급 샤넬 스카프인데 이건 4만5000원이에요. 캡처하시고 다음 구찌 보여드릴게요.”
8일 오전 1시께, 틱톡 라이브 방송 채널 ‘줌마네’에서는 샤넬·루이비통·구찌·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 스카프가 판매되고 있었다. 시청자가 구매 의사를 밝히자 판매자는 카카오톡 채널 추가를 유도한 뒤 틱톡 닉네임과 방송 화면 캡처 사진, 개인통관번호, 이름과 연락처, 송금 계좌번호 등을 요구했다.
짝퉁 판매는 틱톡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같은 시간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도 30개가 넘는 채널에서 짝퉁을 판매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로마킹샵pro’ 채널에서는 셀린느·루이비통·보테가베네타 등 명품 가방 가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자는 “안쪽 로고와 실밥 간격, 시리얼 넘버까지 정품과 동일하다”며 “가격 대비 퀄리티가 좋아 중국 공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제품들로만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가품을 판매하는 채널은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반클리프 아펠 액세서리를 비롯해 루이비통·구찌 머플러, 프라다·몽클레어 패딩, 샤넬·셀린느 스웨터는 물론 말본과 지포어 골프용품, 라부부까지. 다양한 제품군의 위조상품이 여러 라이브 방송을 통해 동시에 거래되고 있었다.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하는 홈쇼핑’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를 악용한 위조 상품(짝퉁)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짝퉁의 온상이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 894% 증가한 짝퉁 압수품25일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 상표권 침해 단속으로 압수된 물품은 2023년 943점에서 지난해 9381점으로 약 894% 늘었다. 라이브커머스 상표권 침해로 입건된 피의자는 지난해 22명으로, 2023년(4명) 대비 5.5배 증가했다.
라이브커머스는 판매자가 실시간 영상 방송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시청자와 채팅으로 소통하며 즉각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홈쇼핑과 달리 별도의 심의나 사전 검증 절차가 없고, 개인 방송 형태로도 손쉽게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구조를 악용해 가품을 정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 역시 가품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정품인지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겉모양이 비슷한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가 늘면서 위조 상품이 판매자뿐 아니라 소비자 수요에 의해 계속 유통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식재산처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구글,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 협조를 요청해 피의자를 특정한 뒤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단속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라이브 방송의 실시간성과 휘발성 탓에 사전 차단이나 증거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 지난해 압수된 가품은 11억원 상당에 불과하지만, 실제 위조 상품 유통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브커머스 6조원 눈앞…짝퉁 유통 ‘풍선효과’ 커머스 분석업체 라방바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4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2022년 2조원, 2024년 3조5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라방바 데이터랩은 올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가품 판매 규모는 2024년보다 2025년에 10% 이상 늘었다”며 “실시간으로 물건을 확인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의 장점이 위조 상품 유통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유튜브 라이브 방송 판매책은 “중국 공장이 바로 옆에 있어 상품 품질은 보장한다”며 함께 라이브를 진행하는 분과 중국어로 가격과 재고 수량을 주고 받기도 했다.
지식재산처 관계자는 “중국에 판매책이 있고 한국에서 돈 거래만 도와주는 중간업자를 두는 채널들이 많아 발빠르게 위조상품을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규제 사각지대 놓인 라이브커머스방송법에 따라 광고 심의 등 규제를 받는 TV홈쇼핑과 달리, SNS 기반 라이브커머스는 명확한 규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경찰청과 한국소비자원 모두 라이브커머스 피해를 전담하는 조직은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 관련 피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 관련 상담 건수는 2022년 54건, 2023년 66건, 2024년 185건, 지난해 상반기 139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다만 소비자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관련 통계를 집계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 전담 사업부가 없어 피해 규모를 별도로 관리·집계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한 구매 전에는 판매자의 통신판매업 신고 여부와 사업자등록번호, 환급 규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메시지나 댓글을 통한 주문은 피하고, 현금 거래보다는 안전 결제 서비스나 신용카드 할부 거래를 이용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소이/박종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