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암벽 등반가 알렉스 호놀드가 25일 대만 타이베이의 초고층 빌딩 타이베이 101을 안전장비 없이 맨몸으로 올랐다.
AP통신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호놀드는 이날 높이 508m에 달하는 타이베이 101 빌딩 정상에 91분 만에 올랐다. 당초 그는 24일 오전 등반을 계획했으나 비가 내리면서 일정을 하루 미뤘다.
호놀드는 이번 도전에 앞서 안전 장비를 착용한 채 빌딩에 올라 사전 리허설을 마쳤고, 이날 주저하는 모습 없이 빠른 속도로 빌딩을 올랐다. 로프와 안전 장비 없이 허리에 매단 탄산마그네슘 통이 전부였다.
이날 호놀드의 등반을 지켜보기 위해 빌딩 주변엔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호놀드가 건물에 매달린 모습을 보며 시민들은 탄식과 환호를 뱉었다. 빌딩 안에서도 많은 시민이 호놀드를 촬영하며 즐거워했고, 호놀드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였다.
맨몸으로 건물을 오르는 만큼, 작은 실수 하나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도전이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그의 도전을 생중계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지만, 그는 무사히 빌딩을 정복했다.
호놀드는 빌딩 꼭대기에 서서 '셀카'를 찍으며 완등을 자축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넷플릭스 중계진에 "조금 피곤하지만 굉장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호놀드는 빌딩에서 내려올 때는 로프를 이용했다.
타이베이 101은 현재 세계에서 11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2004년 완공됐으며,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부르즈 할리파(828m)가 세워지기 전까지는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다.
호놀드가 이번 도전에 성공하면서 인류가 맨손으로 정복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기존 최고 기록은 프랑스의 유명 등반가 알랭 로베르가 2009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452m)를 등반하며 세운 것이었다.
호놀드는 안전 장비 없이 암벽을 오르는 '프리 솔로'(free solo) 클라이밍으로 유명한 등반가다. 그는 이 방식으로 2017년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 캐피탄' 암벽을 최초로 올랐으며, 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 솔로'는 2019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자연 암벽이 아닌 초고층 빌딩을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20년 결혼해 두 딸을 둔 호놀드는 2012년 사재를 털어 재단을 설립한 뒤 전 세계 소외된 지역에 태양광 에너지를 보급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이번 등반으로 받는 돈은 9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호놀드는 이 금액에 대해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이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는 것과 비교하면 주류 스포츠 맥락에서는 아주 적은 액수라고 밝혔다. 다만 이 돈이 '등반 자체'에 대한 대가라기보다 쇼와 방송권에 대한 대가라고 선을 그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