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임원들에게 이같이 강조하며 경쟁력 회복을 주문했다. 삼성전자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긴 하나, 안주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은 지난주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진행 중이다.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임원의 역할과 책임 인식 및 조직 관리 역할 강화를 목표로 순차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전 계열사 임원 대상의 세미나를 2016년 이후 9년 만에 재개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는데, 이달 초 이재용 회장이 소집한 삼성 계열사 사장단 만찬 자리에서 처음 공개된 것이다. 선대회장의 주요 발언과 인공지능(AI) 등 올해 경영 전략 등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 영상이 사장단과 임원들에게 전하는 이재용 회장의 신년 메시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임원 세미나에서 사즉생 각오를 언급한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도 당시 사장단 만찬에서 공개된 영상에 담겼었다.
올해 영상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는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달라진 건 경쟁 구도가 바뀌었고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포함됐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 놓인 현재 상황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앞서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7년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언급했었다.
이재용 회장도 이 표현을 통해 구조적 위험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2023년부터 줄곧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8일 공개된 잠정 실적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액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이재용 회장은 단기 실적보다 기술 경쟁력 회복을 거듭 강조하며 근본적인 변화에 나서 달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 역시 임원들에게 더욱 강도 높은 실행력과 각오를 요구한 대목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