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도…인텔, 실적 전망 '먹구름'

입력 2026-01-23 17:34
수정 2026-01-24 00:34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인텔의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10% 이상 급락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칩 수요는 폭발적이지만, 인텔 부활의 열쇠로 꼽히는 차세대 18A(1.8㎚·1㎚는 10억분의 1m) 공정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번지면서다. 대만 TSMC나 삼성전자보다 과도하게 높아진 주가에 대한 거품론도 확산하고 있다. ◇‘깜짝 실적’에도 웃지 못한 인텔
인텔은 22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매출 137억달러(약 18조2500억원), 조정 주당순이익(EPS) 15센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전망치인 134억달러를 웃돌았고, EPS 역시 예상치(8센트)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데이터센터와 AI 부문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그러나 호실적을 발표한 직후 인텔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3.9% 급락하며 46.75달러까지 밀려났다. 올해 1분기 실적 예상치가 빌미가 됐다. 인텔은 이날 올 1분기 매출이 117억~127억달러로 예상한다고 밝혔는데, 시장 전망(125억달러)과 비슷하거나 적었다. 0달러로 제시한 조정 EPS 전망치도 적자를 면하는 수준에 그쳤다. 인텔이 예상한 올 1분기 매출 총이익률은 34.5%로, 인텔 역사상 가장 낮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강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한 재고가 1분기에 모두 소진될 것”이라며 “올 1분기 공장 가동률을 최대로 높여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고가 바닥나면서 1분기 매출이 지난해 4분기보다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메모리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익성도 악화할 전망이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SMC보다 주가 고평가”이날 시간 외 매매에서 급락한 인텔 주가를 더 불안하게 하는 건 18A 공정의 수율이다. 인텔은 지난해 4분기 18A 공정 기반의 차세대 PC용 칩 ‘팬서 레이크’ 출하를 시작했다. 그러나 18A 공정에서 생산된 칩 중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을 만큼 품질이 확보된 제품은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 CEO는 이날 “18A 수율이 꾸준히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내가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이 발언으로 AI 열풍을 타고 급등한 인텔 주가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더 가열됐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인 디인포메이션은 이날 “인텔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배수(기업가치를 예상 EBITDA로 나눈 수)는 20배 수준으로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회사인 TSMC의 12.5배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TSMC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 54%를 기록한 반면 인텔 파운드리 부문은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너무 높다는 얘기다. 인텔은 지난해 미국 정부 지원과 엔비디아 투자 등에 힘입어 연초 대비 주가가 84% 급등했다.

인텔은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는 공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가격을 10~15%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텔은 14A 공정 개발도 계획대로 진행 중으로, 올 하반기 고객사 물량이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