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문화·산업의 융합, 도시 경쟁력 키울 지름길

입력 2026-01-23 17:05
수정 2026-01-24 00:20
문화와 비즈니스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더 이상 부가적인 시도가 아니다. 도시 경쟁력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서울이 추진해 온 ‘서울콘(SEOULCon)’은 이 가능성을 가장 분명한 성과로 보여준 사례다. 콘텐츠 문화 플랫폼, 서울콘의 실험인플루언서 박람회로 정의되는 서울콘의 강점 중 하나는, 콘텐츠를 단순히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참여 주체들이 산업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구조’라는 점이다. 일례로 글로벌 인플루언서와 서울의 중소·스타트업 브랜드가 참여한 커머스 및 비즈니스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약 120억 원 이상의 직접 매출이 발생했다. 단기간 행사에서 나온 성과로는 이례적인 수치다.

여기에 방문객 소비, 숙박·교통, 콘텐츠 유통과 브랜드 노출 효과 등을 종합하면 서울콘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약 16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는 서울콘이 문화가 산업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로 실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콘의 경험은 문화 콘텐츠 분야을 넘어 보다 넓은 산업 영역에 시사점을 던진다. 시선을 확장해 보면 서울 곳곳의 산업단지와 지식산업센터 역시 기능 중심의 공간을 넘어 사람과 경험, 브랜드가 결합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인재 확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인재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빠르게 부상했다. 기술과 서비스 융합이 가속화할수록 기업 성과는 사람 역량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공간 잠재력 활용해 인재 끌어들여야젊은 세대가 일터를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급여 수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은 근무 환경, 공간의 분위기,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접근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강남, 홍대, 판교 등이 지속적으로 선호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지역들은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일과 삶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다수의 산업단지는 여전히 ‘일만 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관련 법규도 그런 취지만을 반영하고 있다. 많은 기업과 인력이 밀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이 지닌 잠재력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생산성과 효율은 강조돼 왔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요소는 상대적으로 뒷전이었다. 이는 산업단지가 인재 확보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화가 바꾸는 산업단지 풍경최근 법·제도 환경의 변화와 함께 산업단지 운영 구조도 점차 유연해지고 있다. 이는 산업단지에 새로운 시도를 더할 수 있는 여지를 의미한다. 여기에 문화·예술이라는 축이 결합된다면, 산업단지는 생산 공간을 넘어 사람과 인재가 모이는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산업단지 기반 아트페어’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어떨까. 전국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과 아티스트를 연결해 산업 현장을 전시와 교류의 공간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기업에는 브랜드 스토리를 새롭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가에게는 안정적인 시장과 협업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산업단지가 더 이상 생산과 업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문화가 흐르고 사람이 머무는 장소로 인식된다면 그 변화의 파급력은 작지 않다. 예술은 공간의 이미지를 바꾸고, 공간의 변화는 기업의 경쟁력과 인재 유입으로 이어진다. 문화와 비즈니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 시도는 산업단지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예술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고, 아티스트는 산업 현장을 통해 새로운 영감과 시장을 만난다. 문화와 비즈니스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가치 사슬로 연결할 때, 산업단지의 풍경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문화는 소비로 끝날 때보다, 산업과 만날 때 더 큰 힘을 가진다. 서울의 산업 현장 곳곳에서 그 변화가 시작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