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민간인 무인기 침투 사건을 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한 수사와 엄중 처벌을 지시했다. 국가 안보를 흔든 불법 행위인 만큼 수사와 처벌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형사 사건으로만 정리하면 더 큰 구멍을 놓친다. 핵심은 의도가 아니라 가능성이다. 민간 기술만으로도 휴전선을 넘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과거에는 군용 무인기와 항공기를 막으면 됐다. 지금은 개인이 들고 나온 소형 드론이 국경을 흔든다. 공격 주체가 국가에서 개인으로 내려오면서 위험은 더 넓게 퍼지고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안보가 '고급 기술의 경쟁'이 아니라 '확산 속도의 경쟁'으로 바뀐 것이다.
기존 대드론 체계는 레이더와 광학 감시 장비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하지만 이 장비들은 군용 무인기 탐지를 전제로 설계했다. 민간 소형 드론은 플라스틱과 복합소재 비중이 높아 레이더 반사면적이 작다. 저고도·저속으로 날면 지면 반사파와 뒤섞여 탐지가 어렵다. 감시 카메라도 영상에서 점으로만 보여 조류, 먼지와 쉽게 섞인다. '눈으로 찾는 경계'만으로는 이 위협을 따라갈 수 없다.
민간 드론의 가장 큰 위협은 성능이 아니라 접근성이다. 누구나 구매하고 조립하고 조종한다. 공개된 부품과 소프트웨어만으로도 단기간에 제작이 가능하다. 전문 군사 지식 없이도 운용할 수 있다. 차량으로 국경 인접 지역까지 접근해 곧바로 띄운다. 기존 중앙집중식 감시·대응 체계는 이런 '즉시성'을 구조적으로 따라가기 어렵다.
그러나 민간 드론이 항상 탐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눈에는 작아도 전파는 숨기기 어렵다. 민간 드론은 예외 없이 조종기와 기체 간 RF(Radio Frequency, 무선 주파수)통신을 유지해야 비행할 수 있다. 대부분 GPS 신호에 의존해 위치와 경로를 잡는다. 드론은 비행하는 순간부터 전자적으로 '연결된 상태'에 놓인다. 이 연결이 곧 단서가 될 수 있다.
탐지의 핵심은 RF 신호 탐지다. 기체 크기와 재질과 무관하게 신호는 외부로 방출된다. 조종용 RF 신호와 GPS 신호를 선택적으로 재밍(Jamming, 전파방해)하면 드론은 통제 불능 상태로 빠지거나 자동 복귀, 강제 착륙한다. 격추 방식보다 부수 피해 위험도 낮다. 결국 대드론은 '대공'이 아니라 '전자전'의 문제로 재정의돼야 한다.
무인기 위협은 휴전선에만 머물지 않는다. 발전소, 통신시설, 공항·항만, 군 지휘·통제시설 같은 후방 중요시설도 소형 드론에 취약하다. 위협이 분산될수록 대응도 분산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웨어러블 안티드론 키트는 중요시설 경계 인력이나 경비 요원이 착용할 경우, 별도의 대규모 방호 설비 없이도 시설 주변에 즉각적인 드론 탐지·무력화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ADEX 2025 현장에서 웨어러블 안티드론 키트를 직접 확인했다. 전시된 장비는 개인 전투원이 착용하거나 휴대할 수 있는 형태로, RF 스캐너를 통해 최대 약 6km 범위에서 360도 전방위로 드론 신호를 탐지하고, 필요 시 최대 약 1.2km 거리에서 RF 재머로 즉각적인 무력화 대응을 수행하는 운용 개념을 소개했다.
당시 전시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검증된 “이 장비는 북한으로 침입하거나 남한으로 침입하는 무인기 등 특정 상황에 한정된 체계가 아니라, 모든 방향의 무인기 위협에 대응하도록 설계됐다”며 “군 경계 임무뿐 아니라 중요시설 보호와 공공 안전 분야로의 확장 운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가 완벽한 체계를 갖출 때까지 기다리면 늦는다. 실증을 앞당기고 현장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 안보는 기술이 아니라 적용 속도의 싸움이 됐다.
이 대통령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분노한 것은 국민의 감정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으로 막는 것과 기술로 막는 것은 다르다. 민간 드론이 휴전선을 넘는 시대가 열렸다면, 국가도 경계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지키려는 선은 지도를 가르는 선이 아니라, 기술이 허용하는 선이다. 그 선을 다시 그려야 한다.
수원=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