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22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칩의 수요는 폭발적이지만, 인텔 부활의 열쇠로 꼽히던 차세대 18A(1.8㎚·1㎚는 10억분의 1m) 공정 난항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다. 업계에선 경쟁사 대비 과도하게 높은 주가에 대한 거품론이 확산되고 있다. ○ 4분기 '깜짝 실적'에도 웃지 못한 인텔인텔은 22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매출 137억 달러(약 18조 2500억 원), 조정 주당순이익(EPS) 15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전망치인 134억 달러를 소폭 웃돌았고, 주당순이익 역시 전망치 8센트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부문 매출이 성장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건 1분기 실적 예상치였다. 인텔이 제시한 1분기 매출 전망치인 117억~127억 달러는 시장 전망치 125억 달러에 밑돌았다. 특히 조정 EPS 전망치는 0달러를 제시했는데, 적자를 면하는 손익분기점 수준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인텔이 예상한 1분기 예상 매출총이익률 34.5%은 인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립부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회사를 회복하는 데 시간과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해 하반기 강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했던 재고가 소진됐다"며 "1분기 가용 공급량이 최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텔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한 때 13.9% 급락하며 46.75달러까지 밀려났다. 4분기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향후 수익성 악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TSMC보다 비싼 몸값 인텔 주가 하락의 근본적인 문제는 인텔이 사활을 걸고 있는 18A 공정의 수율 문제가 꼽힌다. 인텔은 지난해 4분기 18A 공정 기반의 차세대 PC용 칩 '팬서 레이크' 출하를 시작했다. 그러나 18A 공정에서 생산된 칩 중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을 만큼 품질이 확보된 제품은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 CEO도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18A 수율이 꾸준히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내가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이같은 여파로 AI 열풍을 타고 급등했던 인텔 주가에 대한 고평가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미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이날 "인텔의 상각전영업이익(EBITA) 배수(기업가치를 예상 EBITA로 나눈 수)는 20배 수준으로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대만 TSMC의 12.5배보다 훨씬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TSMC가 지난 4분기 영업이익률 54%를 기록한 반면 인텔 파운드리 부문은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텔 주가가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인텔은 지난해 미 정부의 지원과 엔비디아의 투자 등에 힘입어 연초 대비 주가가 84% 급등했다.
인텔은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는 공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텔은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용 CPU 가격을 10~15%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텔은 14A 개발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 중 고객사 물량이 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