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도쿄 부동산 시장은 지난 30년간 유지된 관행이 무너지는 거대한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한때 한국 자산가에게 무적의 절세 수단으로 여겨진 타워 맨션의 급격한 위상 변화가 있습니다. 엔저와 초저금리, 그리고 파격적인 상속세 평가 구조에 힘입어 도쿄 아파트는 오랫동안 사두기만 하면 되는 절세 상품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공식은 이제 강제적으로 종료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돼 2026년 전면 시행된 일본의 상속세 평가 방식 개편은, 시장 가격과 평가액의 괴리를 활용하던 조세 회피 구조를 사실상 봉쇄했습니다. 과거에는 시가의 20~30% 수준으로 평가받던 고층 펜트하우스가 이제는 시장 가격 괴리율이라는 통계적 기준에 따라 시가의 최소 60%, 경우에 따라 100%에 가까운 수준까지 강제 상향 평가되고 있습니다. 건물의 축년수, 총 층수, 해당 유닛이 위치한 층, 그리고 대지권 비율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며, 특히 대지 지분이 낮고 층수가 높은 타워 맨션일수록 상속세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됩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도쿄 23구의 중소형 빌딩은 전혀 다른 흐름입니다. 타워 맨션이 세제 개편의 직격탄을 맞는 동안, 중소형 빌딩은 자산의 본질인 토지 가치를 무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백 세대가 대지를 나눠 갖는 맨션과 달리, 중소형 빌딩은 전체 자산 가치에서 토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건물 가치는 감가상각으로 줄어들지만, 도쿄 도심 핵심지의 토지는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도 강한 하방 경직성을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가치를 축적해 왔습니다.
특히 일본은행이 정책 금리를 연 0.75%까지 인상하며 일본 경제가 금리 있는 세계로 복귀한 현시점에서, 실물 자산인 토지는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유주가 리노베이션, 임대료 재설정, 임차인 구성 조정 등을 통해 운영 전반을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은 중소형 빌딩을 단순한 보유 자산이 아닌 명확한 사업 자산으로 규정하게 만듭니다.
도쿄 오피스 시장의 펀더멘털 역시 이를 강력히 뒷받침합니다. 2026년 1월 기준 도쿄 전체 오피스 공실률은 2.1% 수준까지 하락했고, 프라임 오피스의 공급 부족은 임차인을 자연스럽게 우량 중소형 빌딩으로 이동시키는 밀어내기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환경에서 핵심 전략은 분명합니다. 시세 대비 임대료가 낮은 자산을 선별해 매입한 뒤, 계약 갱신 시점에 임대료를 시장 수준으로 정상화해 순영업소득을 끌어올리는 방식입니다. 이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투자 공식입니다.
특히 한국인 투자자라면 개인 명의가 아닌 일본 법인을 활용한 구조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2026년 개편으로 상향된 일본의 부동산 평가액은 한국 국세청에 직접적인 과세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한국 내 상속세 신고 과정에서 저가 신고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반면 합동회사와 같은 법인 구조를 활용하면 상속 대상은 부동산이 아니라 법인 주식으로 전환됩니다. 이는 주식회사보다 설립과 유지 비용이 낮을 뿐 아니라, 정관을 통해 이익 배분 구조를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어 가족 단위의 자산 승계와 장기 보유 전략에 적합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법인 구조는 일본에서 상향된 평가액이 그대로 한국 과세로 이어지는 위험을 차단하는 실질적인 세무 방화벽 역할을 수행합니다.
2026년 이후의 도쿄 부동산 투자는 더 이상 시세 차익을 기대하며 보유하는 시장이 아닙니다. 금리 인상과 상속세 제도 개편이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리노베이션과 임대료 조정, 법인 구조를 활용한 전략적 자산 관리가 전제되지 않는 자산은 더 이상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임대 수익을 통해 세금과 금융 비용을 흡수하지 못하는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반대로 운영을 통해 현금흐름을 강화할 수 있는 자산만이 다음 사이클에서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상속세 개편은 손쉬운 절세 시대의 종말을 알렸지만, 역설적으로 높은 토지 가치와 운영 역량을 갖춘 중소형 빌딩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제 부동산은 다시 사업이 되었으며, 경영자적 관점으로 준비된 투자자만이 이 대전환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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