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처럼 '수백억 자산가'라도…양육비는 월 250만원? [노종언의 가사언박싱]

입력 2026-01-23 09:13
수정 2026-01-23 09:40
한경 로앤비즈가 선보이는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부와 권력을 향한 야망을 그린 심리·권력극입니다. 현빈이 연기한 백기태와 그를 집요하게 쫓는 검사 장건영(정우성 분)의 대립이 극의 중심축을 이룹니다. 특히 장건영은 단순한 추격자가 아닌, 내면의 정의감과 집요함을 지닌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는데, 부제인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캐릭터의 신념과 감정적 깊이를 상징한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드라마 부제처럼, 현실에서 정우성 배우가 '아버지의 이름으로' 부담해야 할 한국 민법상의 양육비는 과연 얼마일까요? 현행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 산정 기준표'를 적용해보면 예상 밖의 충격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정우성 씨와 같은 수백억 원대 자산가라 할지라도, 기계적인 기준표상 산출되는 양육비는 고작 월 250만 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명인의 경우 법원이 재량을 발휘하거나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더 높은 금액이 책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특수 상황을 제외한 '일반적인 경우'입니다. 실무 현장에서는 상대방이 아무리 자산가라 해도, 대부분 기준표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판결이 내려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월 소득만 보는 낡은 기준
현행 기준표는 '부모의 월 합산 소득'과 '자녀의 나이'만을 축으로 삼고 있어, 소득 구간이 아무리 높아도 양육비 산정액에는 사실상의 상한선이 존재합니다. 이 기준표는 분쟁의 신속한 해결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월 소득'에만 의존한 나머지 자산 규모나 실질적인 경제 능력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허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심각한 불합리가 발생합니다. 수십, 수백억 원대의 부동산이나 주식을 보유한 자산가라도 신고된 월 소득이 적거나 없다면, 기준표에 따라 월 100~200만 원 남짓의 양육비만 부담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반면 별다른 자산 없이 매달 급여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직장인은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게 됩니다.

이는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부모의 실질적 부양 능력을 외면하여 결과적으로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게 됩니다. 물론 법원에도 당사자의 재산 상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양육비를 가감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기준표가 단순한 '참고 자료'를 넘어 '절대적 기준'처럼 작용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료 산정 방식을 참고하라
이제는 양육비 산정 방식을 현실화해야 합니다. 월 소득이라는 표면적인 기준을 넘어, 부모가 보유한 재산과 자산 상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이러한 방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건강보험료' 산정 방식입니다. 건강보험료는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부동산, 자동차 등 다양한 자산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부과됨으로써, 소득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질적인 경제력을 반영합니다.

양육비 산정 역시 이와 같은 접근이 절실합니다. 양육비는 단순한 비용 분담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소한의 권리이자 부모 공동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수백억 자산가에게 월 200~300만 원이면 책임을 다한 것으로 간주하는 낡은 기준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월급'이라는 착시에서 벗어나 부모의 총체적인 경제력을 반영하는 현실적인 양육비 산정 기준 마련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