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도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다. 지난해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주목 받은 디저트가 베이커리부터 호텔 라운지까지 점령했다. 일부 소상공인에게는 침체됐던 매출을 끌어올린 효자 상품이 됐지만, 폭발적인 수요가 원재료 품귀로 이어지면서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디저트 매장에서는 두쫀쿠를 개당 78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 매장은 백화점 팝업스토어도 운영 중이다. 출시 당시 5000원대였는데 가격이 크게 올랐다. 크기를 키운 제품은 1만 5300원에 책정돼 있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마카롱 전문점은 두쫀쿠를 7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매장은 전날까지 6700원에 판매했으나 원가 부담 증가로 이날 가격을 인상했다. 해당 매장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두쫀쿠 판매를 시작했으며, 한 달 전과 비교하면 가격이 19% 상승했다.
마포구의 한 베이커리 카페는 지난주 두쫀쿠 가격을 65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렸다. 이 매장은 재료비가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점을 가격 인상 배경으로 설명했다. 또 다른 베이커리 매장은 두쫀쿠 가격을 5800원에서 6200원으로 조정한다고 공지했으며, 원재료와 부재료 가격 상승으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두바이 스타일 디저트 인기에 따른 원재료 품귀 현상이 있다. 피스타치오를 비롯해 카카오 파우더, 화이트초콜릿, 마시멜로, 카다이프 등 두쫀쿠에 들어가는 주요 재료 대부분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올랐다.
한 카페에 따르면 피스타치오 가격은 한 달 전 1kg에 7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3만원으로 올랐다. 몇 달 전 4만원대와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마포구의 한 디저트 매장은 피스타치오 가격 부담으로 일부 제품에 피칸을 대신 사용하고 있다.
유명 브랜드 카카오 파우더는 1kg 기준 3만원대에서 최근 11만원까지 뛰었고, 벨기에산 화이트초콜릿은 2.5kg 기준 6만5000원에서 11만원으로 1.7배가 됐다. 마시멜로는 1kg에 1만원 안팎이던 것이 현재는 3만5000원에도 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카다이프 수급도 불안정하다. 한 점주는 500g에 9000원이던 카다이프가 2만원까지 올랐다고 호소한다. 판매 시간이 정해지면 '피켓팅'을 방불케하는 접속 경쟁이 펼쳐진다.
두쫀쿠를 하나씩 담는 플라스틱 포장 용기 역시 개당 100원 수준에서 중간 유통을 거치며 300원 안팎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부 가게에서는 재료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두쫀쿠 판매를 중단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호텔업계도 두쫀쿠 열풍에 합류했다. 가격은 일반 베이커리나 디저트 매장보다 높은 편이다.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지난 19일부터 호텔 1층 '더 아트리움 라운지'에서 두바이 쫀득 쿠키를 판매하고 있다. 쿠키 3개가 들어 있는 한 세트 가격은 2만5000원이다. 호텔 측은 "피스타치오 비중을 높이고 소량의 소금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페어몬트 서울은 폭발적인 수요와 원재료 품질 관리를 고려해 하루 20세트 한정, 1인 1세트 판매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두바이 초콜릿 풍미를 살린 선물용 상품이나 애프터눈 티 세트 구성도 검토 중이다.
롯데호텔 서울은 프렌치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서 다음 달까지 코스 디저트로 '피스타치오 초코 기모드'를 제공한다. 바삭한 크레페 조각과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얇은 마시멜로로 감싸 카카오 파우더를 입힌 디저트로, 두바이 쫀득 쿠키를 연상시키는 메뉴다. 호텔 관계자는 "두바이 쫀득 쿠키를 프렌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파리바게뜨는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를 활용한 두바이 스타일 신제품 '두쫀 타르트'를 출시했다. 자영업자뿐 아니라 외식·식품·유통·호텔 업계까지 가세하면서, 관련 원재료와 디저트 가격 상승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애초에 두쫀쿠 열풍에 동참하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매장도 있다. 카페를 운영 중인 유명 셰프 박준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저희는 두바이 쫀득 쿠키를 판매하지 않습니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피스타치오 페이스트를 넣어 만든 피낭시에가 있다. 두쫀쿠도 맛있지만 저희 피낭시에도 맛있다"고 알렸다. 박준우와 절친인 김풍 작가는 "으이구 감 없네 진짜. 박준우가 만든 '두쫀쿠' 먹고 싶은 사람들 생각 좀 하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