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 들고나와도 먹을 게 없네요." 서울 강남에서 근무하는 30대 회사원 박모씨의 하소연이다. 가벼운 한 끼의 상징이었던 김밥을 필두로 각종 외식 물가가 지난 1년간 가파르게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서울 외식 물가는 품목별로 최대 5% 이상 상승했다. 특히 서민들이 가장 자주 찾는 김밥, 칼국수, 삼겹살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품목별로 보면 삼겹살(100~250g 기준) 가격이 작년 1월 1만6846원에서 같은 해 12월 1만7769원으로 5.5% 상승하며 주요 메뉴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밥 역시 같은 기간 3538원에서 3723원으로 5.2% 올랐다. 인상액은 200원 수준이지만, '가장 저렴한 한 끼'라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소비자 체감은 단순 수치를 상회한다는 분석이다.
'면플레이션(면+인플레이션)' 현상도 현재 진행형이다. 칼국수는 9462원에서 1년 새 4.9% 오른 9923원을 기록하며 '칼국수 한 그릇 1만원' 시대를 눈앞에 뒀다. 냉면은 1만2038원에서 1만2500원으로 3.8% 올랐다. 자장면도 7500원에서 7654원으로 2.1% 올랐다. 삼계탕(+4.2%·1만8000원)은 이미 고가 메뉴로 자리 잡았으며, 삼계탕 한 그릇에 2만원을 넘기는 곳도 더러 포착된다.
물가 상승 배경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임대료·전기·가스 요금 등 비용 상승이 주로 꼽힌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식자재 가격 인상까지 영향을 미치며 외식업계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속되는 외식비 상승은 직장인들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정해진 식대 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도시락을 싸 오는 '런치플레이션' 대응족이 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30대 회사원 윤모씨는 "출근 전날 밤에 20분만 투자해 도시락을 싸면 사실상 만 원은 굳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식재료값이 일시적으로 안정된다 해도 인건비나 공공요금, 임대료처럼 고정비 성격이 강한 비용은 한 번 오르면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며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구조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