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어제 장중 5000을 넘어서며 한국 증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단기 급등을 경계한 차익 매물 출회로 4952.53에 장을 마쳤지만, 꿈처럼 여겨진 5000시대가 드디어 개막한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75%가량 오르며 세계 주요 증시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17% 가까이 급등했다. 지수 4000에서 5000까지 오르는 데 3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코스피지수 5000시대 개막은 기업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시켰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3년 만의 최저인 -0.3%로 추락했고 작년 한 해 성장률도 1%에 그쳤다. 하지만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이 성장의 불씨를 되살리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작년 한 해 늘어난 증시 시가총액 1700조원 중 절반가량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담당했다. 삼성전자는 어제 한국 기업 최초로 장중 시총 1000조원도 돌파했다.
피지컬 AI 선도기업으로 재평가받은 현대자동차는 올 들어 80%가량 급등하며 코스피지수 5000 돌파의 선봉에 섰다. 미국의 러브콜을 받는 K조선을 비롯해 방위·원자력산업 등도 증시 레벨업 가속의 주역이다.
초일류 기업의 역할은 해외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강국 미국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AI를 선도하는 엔비디아, 구글 같은 빅테크다. 중국도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배터리와 휴머노이드 분야 기업의 약진이 성장률이 급락 중인 경제를 떠받치는 모양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서 사실상 잊혔던 대만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를 앞세워 부활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22년 만에 한국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했을 정도다.
과열 논란을 이겨내고 증시 우상향 추세를 이어가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1, 2차 상법 개정에 이은 자사주 강제 소각과 같은 인위적인 부양책보다는 기업 활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 경제가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경쟁하는 시대가 막이 올랐고, 기업이 각국의 대표 선수 역할을 맡고 있다. 과감한 규제 개혁과 산업 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이런 정책이 뒷받침될 때 한국 증시는 ‘디스카운트’ 상태를 벗어나 진정한 ‘프리미엄’ 시대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