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대출 한도 겨우 2억…'로또 분양'도 그림의 떡

입력 2026-01-22 17:25
수정 2026-01-23 00:57
분양가 상한제로 인근 시세 대비 수억원 이상 저렴한 이른바 ‘로또 청약’이 줄줄이 대기 중이지만 대출 규제로 ‘현금 부자’에게만 기회가 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 신청을 받은 서울 역삼동 ‘역삼센트럴자이’는 인근 시세 대비 10억원 이상 저렴해 로또 청약으로 불렸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최고 28억1300만원에 책정됐다.

당첨 시 큰 시세 차익을 볼 수 있지만 대출 규제로 청약 자격이 일부 현금 부자로 제한됐다.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잔금을 치를 때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소득에 관계없이 최대 2억원에 그쳐서다. 현금이 26억원 넘게 있어야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물량은 소득과 자산 제한까지 있어 이른바 ‘금수저 특공’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20% 이하(우선공급 맞벌이 기준) 및 부동산 자산 3억3100만원 이하(민영주택) 등 조건을 맞춰야 한다. 소득과 자산이 많지 않은데 대출까지 제한돼 부모의 현금 증여 없이는 청약 시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진입 장벽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이달 분양될 예정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는 전용 59㎡ 분양가가 18억~19억원대에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시세 대비 10억원 이상 저렴하다. 이 단지 역시 주담대 규제로 대출 한도가 최대 4억원으로 제한돼 현금이 약 15억원 있어야 청약을 노려볼 수 있다. 상반기 공급되는 ‘오티에르 반포’ ‘방배포레스트자이’ 등도 상황이 비슷하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한 달 새 8만 명 넘게 줄었다. 지난달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618만4107명으로, 전월 대비 8만142명 감소했다. 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당첨돼도 집을 살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청약이 더 이상 ‘주거 사다리’가 아니라 현금 부자들의 ‘알짜 투자처’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