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막고, 골든돔·광물권까지…챙길 건 다 챙긴 트럼프

입력 2026-01-22 17:26
수정 2026-01-23 00:5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그린란드 파병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에 매기려던 관세를 철회한 것은 원하는 바를 상당 부분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얻었다”고 말했다. ◇급반전한 트럼프그린란드 갈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에 대한 태도는 21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극에서 극으로 변했다. 이날 오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90분간 연설할 땐 유럽을 향한 공격적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그린란드를 신탁통치했다가 유럽에 돌려줬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동맹의 역할을 부정했다.

그러나 연설이 끝난 지 불과 4시간 만에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그는 나토 측 ‘프레임워크’(합의 틀)를 제안받고 크게 흡족해했다. 즉각 SNS에 유럽 8개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미국을 위한 위대한 거래”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어떤 합의했나미국과 유럽 간 합의 내용이 자세히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기본적으로 이는 1951년 체결된 기존 그린란드 방위협정을 현대화하는 것이다. 유럽으로서는 그린란드 주권을 미국으로 이전하지 않는 ‘형식’을 취하고, 미국은 마치 주권을 가진 것처럼 그린란드를 완전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실리’ 사이에서 타협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액시오스는 합의의 핵심은 나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이 그린란드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방어 구역을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구상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합의에서 추진하는 내용의 유효기간에 관해 “영원히”라고 했다.

그런 만큼 덴마크가 자치령인 그린란드 일부를 미국에 영구적으로 임대하는 형식 등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협력하고, 그린란드 광물 개발을 함께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나토에서는 지중해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의 ‘주권기지’처럼 그린란드 내 미군기지에 대한 부분적인 주권 부여 가능성까지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내용이 최종 프레임워크에 포함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영국은 키프로스가 독립하기 전 영국군을 지속적으로 주둔시키기 위해 1960년 이곳에 주권기지를 두는 협정을 체결했다.

앨리슨 하트 나토 대변인은 이날 회담 후 성명에서 “덴마크·그린란드·미국 간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이 그린란드에서 경제적·군사적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나토는 그린란드) 주권에 관해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논의 및 합의 내용과 관련해 당사자인 그린란드가 얼마나 참여하고 동의했는지는 미지수다. ◇시장은 환호동맹 간 무력 사용이 거론될 정도로 긴장이 고조돼 위축됐던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관세 철회 소식에 급상승했다. 다우, S&P500, 나스닥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이날 일제히 상승했다.

채권시장도 안정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 대외 정책에 경고 신호를 보내오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연 4.25%로 0.048%포인트 하락했다. 20년 만기 국채 입찰에도 수요가 몰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살아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도 급등했다.

유럽은 여전히 경계감을 풀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권 계약과 임대 계약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소유권에 대한 집착을 강하게 보인 이상 그린란드 내 활동을 확대하는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확보 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나토의 분열을 부추기는 것도 유럽에는 불안 요인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