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입학 의대생, 직업 고민 부족"…증원에 배치도 고려해야

입력 2026-01-22 17:03
수정 2026-01-22 17:16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논의가 ‘얼마나 늘릴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를 어떻게 양성하고, 어느 지역과 분야에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의사 배치…증원엔 '이탈율'도 반영해야"
보건복지부는 의사 인력 증원과 관련해 사회적 의견 수렴을 위한 전문가 공청회를 22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증원은 단지 숫자일 뿐, 핵심은 분포의 문제”라며 “분포 없는 증원은 쏠림만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 의사 인력의 약 28%가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서울은 3.6명이지만 경북은 1.4명에 불과할 정도로 지역 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산정한 의사 증원 필요량을 토대로 최종 증원 규모를 결정한다. 현재 심의위는 추계위가 제시한 총 12가지 안 가운데 6가지 안을 추린 상태다. 여기에 더해 2037년까지 졸업하는 공공의대 400명과 지역 신설 의대 200명을 반영하면 5년간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최대 42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토록 계획 중이다. 이를 5년 안에 충원하려면 연간 840명 수준의 증원이 필요하다.

신 실장은 증원 규모를 정할 때 학생 이탈률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 과정 중 자퇴, 휴학, 국가시험 불합격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추계위는 보수적으로 산정했을 때 정원 대비 약 4%가 이탈할 것으로 분석했지만 해당 이탈분을 추계 결과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면 2027년 의대 정원은 최대 874명까지 늘어난다. 교육 방향 혁신 필요성 제기 의학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승희 한국의학교육학회 학술이사 교수는 “정시로 쉽게 입학한 학생들은 직업에 대한 의미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학생을 아무리 교육해도 우리가 원하는 의사 상을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자들이 학생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도록 교육 여건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 교실 교수 역시 “지역을 이해시키는 의학 교육이 크게 줄었다”며 “지역 병원에서의 순환 실습을 진행하는 대학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에 의학교육을 위한 예산 투입 비율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사 양성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 지역 필수의료 현장에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2037년, 2040년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숫자가 당장 오늘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를 살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은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다수 국가에서는 전체 의사의 30% 이상이 외국 면허 소지자”라며 외국 면허자의 국내 활동 허용 방안에 대한 검토를 제안했다. 그는 또 “의사와 한의사의 협업 등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