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산 비만약 시대가 열린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주 1회 투여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개발명 HM11260C)가 오는 4분기 첫 테이프를 끊는다. 수입에 의존하던 GLP-1 비만약이 국산화하면 가격 인하와 기술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미, 최대 30% 감량률 확인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에페글레나타이드 시판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0월 임상 3상 시험에서 40주 차 평균 9.75%, 최대 30%의 체중 감량률을 확인한 뒤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당초 이 약은 64주까지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간 데이터가 양호한 데다 ‘국산 GLP-1’ 출시 속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허가 신청을 앞당겼다. 한미약품은 전날엔 식약처로부터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당뇨약으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올해 4분기 비만약으로, 2028년 당뇨약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경기 평택 공장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생산하면 기존 수입 약보다 가격을 크게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후발 주자들도 개발에 속도후속 국산 약도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 20일 주 1회 투여 GLP-1 계열 비만약 ‘에크노글루타이드’(개발명 IN-B00009)의 국내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9월 첫 환자를 등록한 뒤 4개월 만에 임상 대상자 313명이 모두 채워졌다. HK이노엔은 2024년 중국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이 약의 국내 개발권을 확보한 후 비만·당뇨약으로 개발 중이다. 업계는 이르면 내년께 허가를 신청한 뒤 2028년 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의료계에선 국산 GLP-1 계열 약 개발을 반기고 있다.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를 비롯한 선두 기업이 비싼 비만약 시장에 집중해 약을 꼭 써야 할 당뇨 환자 등이 소외된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한 대학 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수입 약은 공급 중단이 흔해 당뇨 환자에게 GLP-1 치료제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었다”고 말했다. ◇기술 차별화에 승부 거는 기업들기술 차별화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한미약품은 기존 GLP-1과 다른 단백질(UCN2)을 표적으로 삼은 비만 신약 HM17321을 개발 중이다. 근육량을 늘리고 지방만 빼주는 신약으로 물질 발굴 단계부터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 유인원 대상 동물실험에서 유효성을 확인했고 올해 초 임상 환자 투여를 시작했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전무)은 “세계 비만 치료제 개발 트렌드가 체중 감량의 질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에 맞춰 올해 HM17321 뒤를 이을 근육 증가 관련 후속 신규 후보물질도 데뷔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일동제약은 합성화합물을 활용한 먹는 약으로 기술수출에 도전하고 있다. 몸속 효소에 의해 바로 분해되는 펩타이드 계열 먹는 약보다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줄였다. 유한양행도 올해 월 1회 투여 주사제 임상시험에 진입한다. 셀트리온은 내년 비만 관련 네 가지 단백질에 작용하는 4중제 신약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