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범 미래에셋 IB대표 "대기업 계열 상장 막으면 해외로 간다"[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입력 2026-01-23 09:57
수정 2026-01-26 09:31
이 기사는 01월 23일 09: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유로 상장을 막는다면 좋은 기업들은 모두 해외 상장에 나설 겁니다. 국내 투자자에게 손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강성범 미래에셋증권 IB사업부 대표(사장·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에식스솔루션즈의 중복상장 논란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그룹이 미국에서 인수해 키운 전선 제조 계열사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LS 주주들은 이를 두고 모회사의 주주 가치 훼손을 초래한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강 대표는 "소액주주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모든 대기업 계열사 상장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이 ㈜LS 주주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향후 설비 투자 등을 통해 사업을 더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이 회사가 성장하면 결국 ㈜LS의 기업가치에도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식스솔루션즈가 해외에서 인수해 그룹의 먹거리로 키운 회사라는 점도 강조했다. 강 대표는 "에식스솔루션즈는 LS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LS 주가에 이 회사의 가치가 의미 있게 반영돼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중복상장 논란이 과열될 경우 국내 자본시장 자체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복상장 이슈로 국내 상장이 어려울 경우 기업들은 추가 비용과 법률 리스크를 감안하고도 해외시장 상장을 탐색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손해"라고 강조했다.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추진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들과의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미래에셋증권은 공동 대표 주관사로서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이 ㈜LS 주주들에게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드리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소액주주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안에 대해선 "투자는 자금 회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상장 자체를 배제한 해법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강 대표는 올해 증시에 대해선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상승해 5000포인트에 도달했지만 구조적인 유동성 흐름을 감안하면 섣불리 고점으로 단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진단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현금을 들고 있기보다 자산으로 바꾸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증권사 고객예탁금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만 봐도 시장에 풀린 대기자금이 얼마나 풍부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투자 문화가 변화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주식 투자를 단기 차익의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얘기다. 그는 "젊은 투자자들은 월급이 들어오면 일정 금액을 상장지수펀드(ETF)에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며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몇 달 만에 파는 게 아니라 평생 주식시장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주식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국내 증시 체력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게 강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지금 주가 수준을 두고 '높다' '낮다' 할 단계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업계 최초로 선보인 종합투자계좌(IMA) 사업과 관련해선 신중한 확대 전략을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의 IMA 1호 상품 모집 규모는 1000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1조원)에 비해 훨씬 작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커버리지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덩치를 키우면 가격 왜곡이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경험치를 쌓으면서 차근차근 키워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인수금융 시장에선 판도 변화를 예상했다. 강 대표는 "작년 인수금융 시장은 금리 하락 덕에 리파이낸싱 물량이 많이 나왔다"며 "올해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런 거래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대신 "대형 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중소형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한종/배정철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