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자 73명을 전세기에 태워 23일 국내로 송환한다. 역대 최대 규모의 범죄인 동시 송환이다. 성형 수술을 통해 법망을 피해온 '120억 부부 사기단'도 이번 송환 명단에 포함됐다.◆범죄자 73명 전세기로 동시송환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을 열고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태스크포스(TF)는 우리 국민 869명에게 약 486억원을 편취한 한국인 피의자 73명을 강제송환한다"고 밝혔다.
송환 대상은 남성 65명, 여성 8명이다. 이들을 태운 전세기는 23일 오전 9시 1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피의자들은 입국 즉시 수사기관으로 인계돼 조사받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에도 대한항공 전세기를 투입해 캄보디아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범죄자 64명을 한꺼번에 국내로 데려왔다. 이번 송환은 이를 뛰어넘는 규모로, 단일 국가에서 이뤄지는 최대 규모 범죄인 동시 송환이다. ◆'뇌물 석방' 후 성형수술까지…이번 송환 대상에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120억원대 로맨스스캠 범행을 주도한 한국인 부부 강모씨(32)·안모씨(29)도 포함됐다. 이들은 데이팅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같이 투자 공부를 하자"고 유도하는 수법으로 104명으로부터 120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2월 3일 캄보디아의 한 범죄단지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불과 넉 달 뒤인 6월 다른 범죄조직이 현지 경찰한테 뒷돈을 건네며 이들 부부를 빼돌렸다.
석방 이후에는 눈과 코 성형수술을 통해 외모를 바꾸며 신분 세탁을 시도했다. 강 대변인은 "이들은 대한민국 법망을 피하기 위해 성형수술로 외모를 바꾸는 교활한 도피 전략을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부부가 석방됐다는 정보를 입수한 법무부는 7월 캄보디아에 인력을 급파해 현지 경찰과의 공조로 이들 부부를 재체포했다. 그러나 재체포 이후에도 캄보디아 당국은 한국에 체류중인 반정부 인사 부트 비차이(37)를 송환하라고 요구하며 부부에 대한 인도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송환이 장기간 지연됐지만, 최근 캄보디아 당국이 인도 방침을 밝히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번 송환은 범죄인 인도 공조 중앙기관인 법무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집요한 사법 공조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 국제형사과 소속 담당 검사는 지난해에만 두 차례 캄보디아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법무부 장관을 직접 면담해 부부에 대한 신속한 송환을 요청했고, 이후에도 캄보디아 법무부 인사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송환 필요성을 설득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도피 성범죄자·인질 협박범도 송환이번 송환에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뒤 캄보디아로 도주해 스캠 범죄에 가담한 도피사범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사회 초년생과 은퇴자를 상대로 약 194억 원을 편취한 사기 조직의 총책 △스캠 단지에 감금된 피해자를 인질로 삼아 국내 가족을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한 반인륜적인 범죄 조직원 등도 포함됐다.
캄보디아로부터의 범죄인 송환과 관련한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최근 캄보디아가 한국 도피사범의 최대 은신처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지난해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 1249명 중 399명(31.9%)이 캄보디아로 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123명)과 비교해 1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TF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해외를 거점으로 이뤄지고 있는 각종 스캠 범죄를 완전히 소탕할 때까지 엄정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