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가 밀고 현대차가 끌고…진격의 코스피 "더 간다"

입력 2026-01-22 11:41
수정 2026-01-22 13:05
'오천피(코스피지수 5000)' 시대가 열렸다. 코스피는 지난해 반도체주 강세를 등에 업고 최고치 랠리를 펼친 데 이어 새해 현대차그룹주 급등에 힘입어 꿈의 지수로 불리던 오천피를 병오년 첫 달에 달성했다. 지수가 새해 들어 하루를 제외한 전 거래일 상승 행진을 이어간 결과다. 22일 여의도 증권가에선 단기 급등에 따른 숨 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반도체 등 주도주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하면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진격의 코스피…반도체주가 밀고 현대차가 끌고
코스피는 이날 장 시작 직후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오전 11시9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92.37포인트(1.88%) 오른 5002.30을 기록 중이다. 1.57% 상승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개장 2분여 만에 2%대까지 오름폭을 키워 5000선을 돌파했고, 5019.54까지 뛰어 고점을 재차 높였다.

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관세를 철회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간밤 미국 증시도 이에 힘입어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다우지수는 1.21%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1.16%와 1.18% 상승했다.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강세다. 특히 대장주 삼성전자는 정규장 시작 전 프리장에서 한때 16만원까지 올라 '16만전자'를 터치하기도 했다. 뒤늦게 불이 붙은 현대차 역시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장중 59만5000원까지 질주, 60만원을 넘보고 있다.

코스피는 새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하루를 빼고 전 거래일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해당 기간 상승폭은 16.51%에 달한다. 이는 여의도 증권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가파른 상승세다. 증권사들이 불과 며칠 전 제시한 1월 코스피지수 전망을 줄줄이 돌파한 모양새다. 1월 코스피 예상치 상단을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31일 4350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초 4450으로 제시했지만 지수는 이를 모두 넘어섰다. 증권사들은 연간 코스피 전망치도 잇따라 올려 잡았다. 키움증권은 연초 코스피 전망치를 3900~5200으로 수정해 상단을 기존 4500에서 높였다. 유안타증권도 전망치를 3800~4600에서 4200~5200으로 조정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의 올해 코스피 전망치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의 상단은 4965다. "코스피 과열 아니다…추가 상승 여력 충분"증권가에선 5000선이라는 미증유의 영역을 밞은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점친다. 연초 단기 급등한 만큼 숨 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기업 펀더멘털에 비춰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빅2(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현대차그룹의 강세가 지수 상승, 나아가 오천피 달성을 이끌었다"며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주가가 실적을 과대 반영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증시 과열 진단에 선을 그었다.

박 센터장은 반도체와 현대차그룹주 등 주도주들이 당분간 흐름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반도체를 필두로 실적이 굉장히 견고한 섹터와, 세계적으로 기술력이 주목받기 시작한 섹터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들 주식의 견인력이 강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보유 투자자들은 섣불리 매도하기보다는 길게 가져가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반도체 위주로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어 상승 여력은 여전하다"며 "상장사 실적만 보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부담스러운 구간은 아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 내용에 따라 더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D램과 낸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반도체주 실적 전망치를 높일 환경이 갖춰졌다. 전망치 상향분은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며 "글로벌 악재도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코스피 상승세가 확 꺾이진 않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증시 추가 상승의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증시 펀더멘털이 굳건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유지되면 코스피의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단기 급등하지 않으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시가) 특정 모멘텀이 아니라 실적에 기반한 상승 곡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펀더멘털에 대해 큰 우려는 없다"고 짚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매물 출회 가능성은 부담 요인이다. 최근 1년(2025년 1월21일~2026년 1월21일)간 코스피는 94.83% 급등했다. 이 센터장은 "지수가 급하게 오른 만큼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졌다"며 "단기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 10년물 이상의 장기채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점은 경계 요인으로 꼽힌다. 21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05% 내린 연 4.251%를 기록했다. 최근 그린란드 사태로 인해 4.29%까지 급등하기도 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에 대한 '그린란드 관세' 계획을 철회하기로 하면서 미국 10년물 장기채 금리가 약간 떨어졌으나 여전히 레벨이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 10년간 글로벌 증시의 조정 논리에서 미 장기채 금리 상승으로부터 초래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경/고정삼/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