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 시대가 열렸다. 22일 국내 주식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5000선을 돌파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국 관세전쟁 우려에 움추러들었던 주식시장이 전례 없는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확언하지 못했던 경사다. 지난해 2026년도 연간 코스피지수 밴드 상단을 5000포인트 아래로 예측했던 증권사들은 최근 주식시장이 심상치 않자 부랴부랴 상단을 상향조정했다.
시장은 늘 예측 불가능해 보인다. 오천피처럼 예측 못한 경사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폭락장은 투자자들을 얼어붙게 만든다. 최근 출간된 <사이클 투자 법칙>은 이런 투자자들의 공포와 불안과 달리 '시장은 무작위로 움직이지 않으며 일정한 패턴을 반복해왔다'고 논증한다. 지난 세기의 금융사를 차분히 들여다보며 반복돼온 패턴, 즉 '사이클'을 투자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 엔진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코어16의 조윤남 대표다. KAIST에서 화학공학 석사를 취득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다 금융계로 뛰어든 그는 애널리스트,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국제재무분석사(CFA) 한국협회장,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등을 지냈다.
종목 추천이나 단기 매매 기법 같은 요령을 담은 책이 아니다. 반도체·방산·조선·전력, 부동산과 인공지능(AI) 등 각 산업이 왜 특정 시점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지를 산업 구조, 정책, 금리, 지정학, 기술 혁신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해낸다. 1970년대 오일 쇼크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과 AI 혁명에 이르기까지 반복돼온 주식시장의 위기와 역사를 짚어본다.
"앞으로의 세상은 더욱 불확실하다. 기후 위기, 지정학적 갈등, AI 기술 혁명, 고령화 사회 등 늘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변하지 않는 인간 심리 때문에 사이클은 늘 존재한다는 것이다. 투자 판단이란 이 사이클을 읽는 능력을 말한다."
투자의 태도를 점검하도록 돕는 책이다. "사이클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저점 매수, 고점 매도'의 기계적인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 뒤에 있는 인간 심리, 정책, 역사적 맥락을 함께 이해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실제적인 조언을 놓치지는 않는다. 예컨대 '작년에 삼성전자를 사둘걸' 혹은 '매도하지 말고 좀 더 버틸걸' 후회하고 있는 투자자가 있다면 1장 중에서도 반도체 주기를 분석한 부분을 읽어봄 직하다. 주당 15만원을 웃돌며 오천피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5월까지 6만원 이하였다. 저자는 반도체 호황과 불황의 주기를 이해하고 반도체 기업 투자 시점을 결정할 수 있도록 '주가수익비율(PER) 프리미엄'을 이용한 매매 전략을 소개한다. 반도체산업이 호황기 혹은 불황기에 접어들었는지 판별할 주요 지표와 대응 방법도 제시한다.
마지막 6장은 일종의 투자 달력이다. 1~12월 각 월마다 눈여겨봐야 할 투자 리듬과 종목을 정리했다. 이른바 '제철 주식'이다. 예컨대 2월에는 중국 춘절이 있으므로 중국 관련주가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을, 3월에는 주주총회 시즌 대응법을 담아냈다.
매달 반복되는 시장 리듬, 산업별 선행 지표, 정책 변화, 심리가 과열되는 구간과 공포가 극대화되는 순간 등 실제 투자에 적용할 수 있는 투자 이정표를 정리했다. 오천피에 모두가 샴페인을 터뜨리는 순간, 단기 뉴스에 휘둘리기보다 큰 흐름 속에서 매수와 매도의 최적 시기를 찾아내고 싶은 투자자가 참고할 만한 책이다. 초판 한정으로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 급락의 역사를 담은 대형 포스터를 제공하는 것 역시 '역사는 반복된다'는 책의 핵심 메시지와 이어진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