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리마에이치큐, 35억 자사주 신생 재단에 무상 출연한 사연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입력 2026-01-22 15:06
수정 2026-01-22 15:07

슈프리마에이치큐가 신설 문화 재단에 35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무상으로 출연한 가운데 해당 재단에 근무하는 이재원 대표의 특수관계인이 배우자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선을 긋는 동시에 자사주 재단 출연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및 최대주주(이 대표)가 해당 재단과 특수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재단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슈프리마에이치큐, 자사주 52만여주 숨마문화재단에 무상 출연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일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숨마문화재단에 자사주 52만3591주를 무상 출연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지난 19일 거래를 끝내려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보고서 정정명령, 서류 전달 작업 지연으로 하루 미뤄졌다. 금감원은 슈프리마에이치큐 공시에 '기타 투자사항과 관련한 중요사항'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 제164조에 의거해 자사주 무상 지급 이유 등과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취지로 전해졌다.

슈프리마에이치큐가 숨마문화재단에 넘긴 52만3591주는 발행 주식 수의 4.99% 규모로 15일 종가 기준 35억원어치다.

숨마문화재단은 지난 12일 설립허가를 받은 신생 재단이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및 사회공헌 활동'을 자사주 처분 목적으로 내걸었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공시를 통해 "문화·예술 분야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정부의 문화·예술 진흥 및 문화국가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자사주 무상 출연 방식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슈프리마에이치큐 "대주주 특수관계인, 해당 재단 이사"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회삿돈으로 매입한 자사주는 주주가치 제고에 사용돼야 한다는 취지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2010년부터 자사주를 꾸준히 취득했다. 하지만 자사주를 한 차례도 소각하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가 붙자 최대주주인 이재원 대표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를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처분 시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슈프리마에이치큐가 숨마문화재단의 지분을 보유한 것도 아니고, 유의미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무상 출연한 자사주는 3년간 보호 예수된다고 밝혔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숨마문화재단의 이사 5명 중 1명이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지만, 해당 이사는 출연 주식의 관리·처분 의결권 행사에 단독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재단의 재산 운용 및 사업 결정은 재단 이사회를 통해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자사주 인수한 신설 계열사 벵가디아…특수관계인이 대표회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숨마문화재단에는 대표 이사인 이모씨를 포함한 5명이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회사가 언급한 숨마문화재단의 이사이자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주목하고, 유모 이사가 이재원 대표의 배우자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앞서 슈프리마에이치큐가 자사주를 반복적으로 우호세력에 넘긴 전력도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9월 슈프리마에이치큐는 특수관계인에게 자사주를 넘겨 지분율을 높였다. 당시 계열사 벵가디아는 40억원을 들여 61만1620주를 장외에서 인수했다. 계열사 임원 신동목씨도 4만5871주를 매입했다. 당시 슈프리마에이치큐는 납입 능력, 경영 전략 등을 고려해 처분 상대를 정했다고 밝혔다.

계열사 벵가디아는 자사주 거래 1개월 전인 2025년 8월 설립됐다. 벵가디아는 자사주 자금을 전액 대출로 조달했다. 대주는 이 대표다. 이 대표는 계열사 벵가디아가 슈프리마에이치큐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40억원을 담보 없이 빌려줬다. 차입 기간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과감한 결정의 배경으로 주주 사이에서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벵가디아의 대표 유모씨와 숨마문화재단의 이사 유모씨는 이름·생년월일이 같다. 벵가디아 대표가 이 대표의 배우자란 의심을 받는 이유다.

이번 자사주 처분까지 완료되면 슈프리마에이치큐의 자사주 비율은 지난해 9월 12.59%에서 1.36%로 급감하게 된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진행된 거래로 슈프리마에이치큐에 1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자사주 장부가보다 처분가가 낮아 발생한 손실로 추정된다. 회사는 손실을 봤지만,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지분율은 41.67%에서 47.95%로 6.28%포인트 높아졌다.

이 대표의 배우자가 숨마문화재단 이사, 벵가디아 대표로 재직하고 있냐는 질문에 슈프리마에이치큐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또한 향후 자사주 처분 계획에 대해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자사주를 추가로 숨마문화재단에 처분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사회공헌 목적에 따른 재단 운영자금 후원은 별도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활용 방안으로는 임직원 복지 목적 활용, 소각 등 다양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2일 금감원은 슈프리마에이치큐에 재차 정정명령을 부과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