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의 인터뷰 내용이 공개됐다.
20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러시아를 돕기 위해 투입된 북한의 '그림자 부대'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처음 이를 부인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포로를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2025년 4월 북한군의 파병을 공식 인정했다. 최소 1만명 이상 파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전투부대는 국제무대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군은 은밀히 우회해 습격을 반복하는 북한군을 두고 "계속 밀고 들어오는 생명력 있는 병력 같았다"고 증언했다.
전투 투입 전 함께 훈련을 받았던 러시아군 포로들 역시 북한군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들은 "북한군은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용감하고 강인했으며, 쿠르스크 전투에서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핵심 관계자들은 이번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최정예 부대라는 데 공통된 평가를 내놓았다. 그리고 '현대전 경험 축적'이 북한군 파병의 진짜 목적이라고 지목했다. 주목할 점은 전투가 거듭될수록 북한군의 전투 방식 역시 변화했다는 사실이다. 참전 초기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희생됐던 북한군은 점차 전술을 보완했고, 그 결과 북한군의 투입은 러시아 푸틴 정권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1만명이 넘는 병력이 전장에 투입됐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는 단 두 명뿐이다. 그만큼 북한군은 필사적으로 싸웠다는 후문이다.
인터뷰에 응한 북한군 포로 리모(27세)씨와 백모(22세)씨는 우크라이나 현지 수감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24년 러시아에 파병돼 접경지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됐다가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혔다. 당시 우크라이나 당국이 포로들의 인적사항과 심문 영상을 공개하며 이들의 존재가 국제사회에 처음 알려졌다.
리씨는 "한국에 가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며 "내가 정말 한국에 갈 수 있는지는 계속 의문이 들지만 심정은 간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있는 가족도 걱정했다. "지금 어머니가 살아계신지 모르겠다"며 "나 때문에 잘못되지나 않았을지"라고 덧붙였다.
또 현재의 상황에 대해 "포로가 되면 역적과 같다"며 "나라를 배반한 것과 같다. 다른 전우들은 포로가 되지 않겠다며 자폭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때 죽지 못한 후회가 앞으로의 삶에서 수백 배로 돌아올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또 다른 포로 백씨도 "러시아 군인과 조선 군인은 다르다"며 "조선의 군인은 포로가 될 수 없다. 포로가 됐다는 것 자체가 죄라 북한으로 돌아가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로가 돼 이렇게 구차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배웠다"며 "그래도 같은 사람인데 누가 죽고 싶겠느냐. 별수가 없으니까 막다른 골목에 몰리니 그런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선이 아닌 한국으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리씨는 전투 중 총알이 팔을 관통하고 턱을 뚫는 중상을 입은 뒤 생포됐으며 현재는 회복했지만 턱에 흉터가 남아 있다. 백씨는 드론 공격으로 다리를 크게 다쳐 철심을 박은 채 목발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과의 면담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한국 귀순 의사를 밝혀왔다. 정부는 북한군 포로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귀순 의사가 확인되면 모두 수용한다는 원칙하에 지원할 계획이며 이런 입장을 우크라이나 정부에도 알렸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