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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통신, 에너지 등 핵심 인프라 부문에서 중국산 장비 퇴출을 강도 높게 추진해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ZTE 등의 제품을 핵심 인프라에서 3년 내 완전히 철거하는 내용을 담은 사이버 보안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고위험 공급 업체가 제공하는 장비의 단계적 퇴출을 담은 이 법안은 5세대(5G) 이동통신망뿐 아니라 물 공급 시스템, 보건 의료 기기, 국경 검문소 보안 스캐너 등 18개 핵심 인프라 분야를 포괄한다. 헤나 비르쿠넨 EU 기술주권·안보·민주주의 담당 집행위원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정보통신기술 공급망을 확보해 시민과 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이 유럽의회를 통과하면 모든 회원국은 3년 안에 고위험 공급업체 장비를 제거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재정 제재를 받는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미국 공급 업체 의존도를 동시에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번 조치가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장비를 모두 배제할 경우 유럽의 5G 구축 비용은 550억유로(약 94조9500억원) 증가한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로 유럽 통신장비 시장이 급격하게 재편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와 ZTE 합산 점유율은 42%에 달한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화웨이는 성명을 통해 “객관적 기술 표준과 증거가 아니라 출신국을 기준으로 공급업체를 배제하는 건 EU의 기본법 원칙인 공정성과 비차별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집중 육성하는 주요 산업이 영향을 받아 EU와 중국 간 더 심한 마찰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