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압도적 찬성에 李도 힘실어…원전 2기 건설 탄력

입력 2026-01-21 17:15
수정 2026-01-22 01:53

국민 10명 중 9명은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초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한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가 최근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미래 에너지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 원전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한국갤럽 89.4%, 리얼미터 82.0%였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과 관련해서도 찬성 의견이 절반을 웃돌았다. 11차 전기본상 대형 원전 2기 건설 계획이 ‘반드시’ 또는 ‘가급적’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은 한국갤럽 69.5%, 리얼미터 61.9%였다.

이번 여론조사와 앞선 두 차례 토론회는 정부가 11차 전기본에서 이미 확정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다시 공론화하자고 제안하면서 진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원전 문제가 너무 정치 의제화됐다고 생각한다”며 “필요하면 안전성 문제를 포함해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기존 원전 정책에 대해선 “국가 계획이 확정됐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으면 경제 주체들의 경영 판단과 미래 예측에 장애가 된다”고 했다.

원전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데다 이 대통령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2037~2038년 도입을 목표로 2.8기가와트(GW) 규모 대형 원전 2기를 건설하는 계획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李대통령, 정책 연속성 강조…"원전 문제 정치화되는 건 부적절
정권 바뀌었다고 뒤집어선 안돼"…기후부, 신규원전 추진안 곧 발표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논쟁이 여론조사 결과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원전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인되면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대형 원전 2기 건설 계획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에너지 믹스 공감대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래 에너지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반드시’ 또는 ‘가급적’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69.6%, 리얼미터 조사에서 61.9%로 집계됐다.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은 두 업체 조사 모두 30%대를 밑돌았다.

원자력발전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매우 필요하다’거나 ‘약간 필요하다’는 응답이 두 조사 모두 80%를 넘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 역시 ‘안전하다’는 응답이 약 60%로, ‘위험하다’는 응답(약 30%)의 두 배로 집계됐다.

‘확대가 가장 필요한 발전원’으로는 재생에너지가 1순위로 꼽혔지만, 원자력도 이에 못지않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재생에너지(43.1%)와 원자력(41.9%)의 격차가 1%포인트 남짓에 불과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병행하는 ‘에너지 믹스’에 대한 국민 인식이 뚜렷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같은 날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도 맞물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원전 문제가 정치화돼 이념 전쟁의 도구처럼 인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엄청난 에너지 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에 대해 기저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해 8.2TWh(테라와트시)에서 2038년 30TWh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하면 대형 원전 3기 수준의 추가 전력 확보가 불가피하다. ◇최종 결정 발표만 남아이 대통령은 국가 정책의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도 강조했다. 그는 “국가 계획이 확정됐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를 뒤집으면 경제 주체들의 경영 판단과 미래 예측에 장애가 된다”며 “전기본에 담긴 원전 건설 계획도 이런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보면 원전 수출이 이제 중요한 과제이기도 한데, 엄청나게 늘고 있는 원전 시장도 객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작년 초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2037~2038년 도입을 목표로 2.8GW(기가와트) 규모 대형 원전 2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다만 이후 정권이 교체되면서 이 계획을 12차 전기본에 그대로 반영할지를 두고 ‘재검토론’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두 차례 토론회를 연 데 이어 이번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기후부는 토론회와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신규 원전 추진 방안을 별도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국민 여론이 확인된 만큼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이 “최종 결정이 남아 있다”고 밝힌 것도 공론화 국면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정책 판단에 나설 시점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때문에 전력계통 보강을 위한 비용이 추가로 필요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발전원”이라며 “원전은 안정적으로 저렴한 전기를 공급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해 주는 발전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탈원전과 탈탈원전이라는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에너지 공급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원전 건설 기간이 14년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속히 부지 선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리안/김형규/김대훈 기자 knra@hankyung.com